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5일 신규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사전·사후 회계감독을 강화하고 회계분식 적발 기업은 신속히 퇴출하겠다고 밝혔다. 시장참여자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합병가액 등 외부평가 과정에서 국내 회계법인들에 객관성과 공정성 확보에 한층 힘써 줄 것도 당부했다.
이 금감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구 한국공인회계사회 회관에서 진행된 회계법인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2025년에도 자본시장 선진화 과제를 흔들림 없이 추진할 예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삼일회계법인, 삼정회계법인, 안진회계법인, 한영회계법인 등 국내 상장사 감사를 담당하고 있는 9개 회계법인 CEO가 참석했다.
먼저 이 금감원장은 "상장 과정에서 매출 급감 사실을 숨기는 등 부정한 수단으로 가치를 부풀리는 기업의 자본시장 진입을 차단하기 위해 기업공개(IPO) 예정 기업에 대한 사전 회계심사를 확대하겠다"며 "상장 직후 주가가 공모가를 크게 하회하고 매출 등 영업실적이 급감한 기업에 대해서는 사후 심사·감리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한계기업의 회계처리 적정성을 조기에 심사하고, 회계분식 적발 기업의 신속한 퇴출을 유도하겠다"며 "최근 들어 한계기업이 허위 또는 가공매출 등을 통해 회계분식을 하다 적발된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계기업 징후가 있는 기업에 대해서는 선제적인 심사, 감리를 통해 신속한 퇴출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설명이다.
이 금감원장은 국내 회계법인들이 외부평가 시 객관성과 공정성 확보에 힘써줄 것도 당부했다. 그는 "합병가액 등에 대한 외부평가는 시장참여자에 직접 영향을 미치며,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을 위해 그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면서 "투철한 윤리의식을 갖춘 전문가 집단으로서 객관적·독립적 관점을 견지해 공정한 외부평가 업무를 수행할 것"을 당부했다.
아울러 기업이 자율적으로 회계투명성을 높일 수 있도록 지난해 말 발표한 감사인 지정 3년 유예 방안과 관련, 지배구조 '수준'뿐 아니라 회사측의 '개선 노력'까지 평가에 담기로 했다. 앞서 금감원은 회계 및 감사 관련 지배구조가 우수한 기업에 대해 감사인 주기적 지정을 3년간 유예하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그는 "기업 스스로가 회계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노력하는 환경을 조성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이 금감원장은 "회계법인에 감사품질을 최우선시하는 문화가 정착되도록 유도하겠다"며 "등록회계법인에 대한 감리주기를 품질관리 수준에 따라 차등화하는 한편, 통합관리체계 등 특정 취약부문에 대해 집중 점검을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회계법인의 품질관리 수준 평가 시 디지털 감사 역량 강화에 대해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 보다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감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회계는 자본시장의 기본 인프라이며 회계법인은 회계정보의 신뢰성을 제공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면서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지만, ‘자본시장의 파수꾼’으로서 선진화된 자본시장을 조성하기 위해 현장 최일선에서 본연의 역할을 흔들림 없이 수행해 달라"고 당부했다.
참석한 회계법인 CEO들은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 확보를 위해 외부감사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또한 감독당국이 업계와 꾸준히 소통해 불합리한 규제 부담을 합리화하는 등 제도개선을 지속해 줄 것도 요청했다. 이 금감원장은 이날 제시된 건의 사항들을 향후 회계감독 업무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답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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