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소프트뱅크, 오픈AI와 공동 출자 회사 설립 발표
'AI 강국' 美 손 잡자마자 딥시크 등장…시장도 출렁
딥시크 정보 보호 부실 등 질타하지만
'美도 실패한 中 억제'에 회의론도
중국 저비용·고효율 인공지능(AI) 모델 딥시크의 약진에 일본이 떨고 있다. 일본 소프트뱅크가 챗GPT 개발사인 미국 오픈AI와 본격 협력할 것을 예고한 가운데, 미국 손을 잡은 일본에서는 향후 벌어질 미·중 경쟁 구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5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딥시크가 미국 기업 주도로 진행해 온 AI 개발 구도를 뒤흔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닛케이는 "딥시크의 AI 모델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오픈 소스'로 제공되고 있기 때문에, 오픈AI와 일본 소프트뱅크가 참여하는 미국의 개발 체제를 발밑부터 무너뜨릴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3일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 손정의(孫正義·일본명 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 회장은 공동 출자 회사 'SB 오픈AI 재팬'을 설립하기로 하고 손 잡았다. 기업의 인사, 마케팅 등의 데이터를 수집해 각 기업에 맞는 의사결정 조언을 하는 기업 전용 AI 모델 'AI 에이전트'을 서비스할 예정이다. 합작사 지분은 소프트뱅크와 오픈AI가 50 대 50으로 나눠 갖는다.
일본은 AI와 관련해 미국과 단단한 공조 관계를 구축해왔다. 앞서 오픈AI는 소프트뱅크와 오라클과 함께 AI 합작사 스타게이트를 만들고 향후 4년간 5000억 달러(731조6000억원)를 투자해 미국에 AI 인프라를 구축하는 프로젝트에 나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사실상 일본이 오픈AI의 반(反) 딥시크 동맹에 참여, 미·중 AI 경쟁에 발을 담그게 된 모양새다.
딥시크의 약진은 미국과 AI 동맹국인 일본에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딥시크가 공개된 다음 날인 지난달 28일 일본 증시는 '딥시크 쇼크'로 소프트뱅크 등 반도체 관련주들이 일제히 하락했다. 일본 TBS는 "지금까지 AI 개발 경쟁력은 거액의 설비 투자에 있다고 여겨졌지만, 딥시크처럼 저비용으로 고효율 AI를 개발하는 게 보편화되면 이같은 전제는 뿌리부터 뒤집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일본에서는 기술 부정 의혹, 개인정보 보호 부실 등의 문제를 언급하며 딥시크 경계령까지 내려졌다. 타이라 마사아키 디지털상은 지난 1일 오키나와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딥시크의 출현과 관련해 "개인 정보가 제대로 보호되는지 문제"라며 "데이터 보호의 관점에서 우려가 사라지기 전까지 공무원은 사용을 삼가거나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타이라 디지털상은 내각사이버시큐리티센터(NISC)를 통해 각 부처에 이용 주의를 당부할 것이라고도 했다. 일본 경제 주간지 다이아몬드는 "딥시크는 현재 오픈AI의 학습 데이터를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도용이 사실이라면 딥시크와 오픈AI 사이의 소송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미국이 선두주자였던 AI 시장에 중국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다는 인식은 확산 중이다. 닛케이가 AI 톱3 학회에서 채택한 논문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기준 미국(37곳) 다음으로 많이 채택된 곳은 중국(31곳)의 연구기관이었다. 닛케이는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에 따르면 중국 내에서 등록된 생성 AI 서비스는 이미 300가지가 넘었다. 중국이 국가 차원에서 추진하는 AI 전략이 결실을 보고 있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스타트업이 늘어나 경쟁에 가세하면 미국의 우위는 흔들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로인해 일각에서는 AI 개발을 미국에 의존하지 말고, 미국과 중국이 경쟁하는 틈을 노려 일본의 독자적인 파이를 구축하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딥시크의 약진은 미국이 기를 쓰고 기술 개발을 억제하려 했던 대(對)중국 반도체 규제가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방증인 만큼 일본도 미국과의 AI 동맹을 굳이 고수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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