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시크 쇼크 대응과 AI 발전전략 간담회
GPU 2만장 확보하려면 최대 2조 들어
적절 지원규모는? AI 전문가 "다다익선"
한국 인공지능(AI) 경쟁력이 뒤처진 주요 원인 중 하나가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부족이란 지적이 일면서 AI업계와 국회·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GPU 수만장을 사는 데 들어가는 ‘조(兆) 단위’ 예산 편성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과학기술혁신특별위원회는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딥시크 쇼크 대응과 AI 발전 전략 긴급 간담회'를 열고 AI업계와 만났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하정우 네이버 퓨처AI 센터장은 "AI 인재를 양성하고 기술 스타트업이 역량을 개발하려면 엔비디아의 GPU로 실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정부는 2030년까지 GPU 3만장 확보를 목표로 하지만 속도를 올리고 규모도 키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고성능 GPU의 대명사인 엔비디아 'H100'의 경우 1장당 약 5000만원 수준으로 AI 모델을 구동하려면 이런 칩이 대거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값비싼 가격 탓에 GPU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하 센터장은 중국의 딥시크(DeepSeek) AI 모델도 사실상 저비용으로 개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짚었다. 그는 "딥시크 'V3'를 80억원으로 만들었다는데 이는 개발과정의 시행착오는 감안하지 않은 비용"이라며 "(딥시크가 발표한 논문을 보면) 마지막에 모델이 완성되고 구동했을 때 들어간 비용이 80억원"이라고 전했다. 딥시크 AI 모델에 들어간 비용은 공개된 금액인 80억원보다 훨씬 많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실패하면 수십억이 날아가는 만큼 우리나라 컴퓨팅 인프라로는 아주 검증된 방법이 아니라면 AI 개발을 시도하기 어렵다"며 "실험적, 혁신적 시도를 통해 인재와 기술 스타트업을 양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컴퓨팅 인프라 분야에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민주당 과기혁신특위원장을 맡은 황정아 의원이 추경과 관련해 컴퓨팅 인프라 투자에 필요한 지원규모를 묻자 하 센터장은 "다다익선"이라고 밝혔다. 그는 "H100을 2만장을 살 때 단순 계산으로 1조원 정도 들어간다"며 "GPU와 성능 좋은 네트워크에 GPU를 연결하는 비용까지 고려하면 최대 2조원으로 2만장 가까이 구매 가능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하 센터장은 민간자금과 정부자금이 매칭된 형태의 GPU 지원책도 제안했다. 그는 "정부 예산만으로 집행하기 어렵다면 기업이 5000장을 살 때 정부도 5000~1만장을 구매해 총 1만5000만장 정도를 AI 기업 또는 컨소시엄이 쓸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은 어떨까"라며 "이렇게 만들어진 AI 모델은 국가 예산이 활용된 만큼 오픈소스로 풀게 하고, 국내 기업들이 (AI 모델을) 부담 없이 활용하면서 국내 AI 생태계가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국회의원들도 AI 추경에 공감대를 표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인 최민희 민주당 의원은 "중국이 AI 발전에 투자하겠다는 돈이 690조원이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700조원을 하겠다는데, AI 연구개발(R&D)을 위해 요구한 추경 예산은 1조원에 불과하다"며 "하루빨리 국회 차원에서 추경 예산을 확보하고 법과 제도로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추경을 편성한다면 올해 예산안 심사 당시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증액사업이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GPU 인프라 확보를 위한 AI 연구용 컴퓨팅 지원 프로젝트(3217억원), AX(인공지능 전환) 실증밸리 조성(957억원), 초거대 AI 기반 가상 융합 서비스 개발지원(160억원), AI 영재학교 건축(196억원) 등이 검토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더해 야당 의원들은 최소 5조원 이상의 AI 추경 편성을 촉구한 상태다. 여권에선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일 페이스북을 통해 "20조원 규모의 AI·민생 추경을 긴급히 추진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올해 핵심과제 추진상황에 대한 브리핑을 열고 "올해는 (GPU가) 한 1만5000장 정도는 구비가 되면 되지 않겠나 생각한다"며 "2026년 말, 늦어도 2027년 초까지는 3만장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AI 추경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선 "일어난다면 AI의 GPU 구입은 반드시 이뤄지면 좋겠다"고 밝혔다. 당초 과기정통부는 2030년까지 GPU 3만장을 확보하겠다고 했지만 계획을 앞당긴다는 것이다.
과기정통부는 이달 말 AI 컴퓨팅 인프라 확충과 데이터센터 규제개선 등을 포함하는 AI 컴퓨팅 인프라 발전전략을 발표한다. 과기부 관계자는 "GPU 1만5000장 연내 구입 등 AI 컴퓨팅 인프라 발전전략은 추경을 전제로 한 계획으로 안다"고 전했다.
전영주 기자 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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