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 원외 초일회, 정세균과 정국 논의
李 항소심 유죄 시 후보교체 압박 커질 듯
이재명 대표가 이끄는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의 답보 상태가 지속되자 그동안 숨죽이고 있던 비명(비이재명)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들은 '이재명 일극 체제'의 한계를 지적하며 조기 대선을 앞두고 당내 운신의 폭을 본격적으로 확대하는 모습이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비명계 원외 주요 모임인 초일회는 이르면 다음 주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만나 정국 상황에 대해 논의한다. 초일회는 박광온·강병원·김철민·송갑석·박용진·신동근·양기대·윤영찬 전 의원 등 비명계 전직 의원 10여 명으로 구성된 원외 조직이다. 강연 정치를 통해 이 대표가 이끄는 민주당 체제에 대한 비판과 견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초일회 관계자는 정 전 총리와의 만남에 대해 "정기 강연 모임의 성격보다는 만찬 형식으로 이야기를 나누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당내 비명계 대선 후보로 꼽히는 '신(新) 3김'(김동연 경기지사, 김경수 전 경남지사, 김부겸 전 국무총리) 역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이중 김 전 지사의 행보가 특히 두드러진다. 그는 다음 주 김두관 전 의원과 만나 개헌을 포함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이후 정국에 대해 논의할 전망이다. 김 전 지사는 최근 공개적으로 이 대표를 향한 개헌 추진을 압박하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는 개헌에 민주당이 소극적일 이유가 없다"며 "정치권은 책임 있게 탄핵 그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명계 움직임이 본격화하는 시점은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2심이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만일 이 대표가 2심에서 유죄를 받을 경우 비명계는 조기대선 위기론을 띄우며 후보교체 가능성을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 대표의 정체된 대선 후보 지지율 역시 주목해야 한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통화에서 "비명계가 본격적으로 움직이는 시기는 이 대표와 상대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한 자릿수 이상으로 좁혀질 때가 될 것"이라며 "윤 대통령 탄핵으로 대선을 고려한 이재명 심판 국면으로 넘어온 만큼 정당 지지율보다 대선 후보 지지율이 현재 가장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벌어진 당내 계파갈등을 재연할 가능성도 있다. 당장 비명계 목소리가 커지자 강성 친명(친이재명)계 당원을 중심으로 수박논쟁을 재점화했다. 수박 논쟁이란 겉은 파랗지만 안은 빨간 수박처럼 민주당 내 비명계를 비하하며 당내 갈등으로 번진 사건이다. 김 전 지사가 목소리를 키우자 강성 친명 당원들은 당원게시판에 그를 비판하는 글을 쏟아내고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사법리스크로 국민적 비호감도가 높아진 상태"라며 "만일 항소심에서 당선 무효형이 나올 경우 민주당 내부는 물론 국민들도 이 후보에 대한 교체 여론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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