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경쟁력 확보 1순위
수익성 확보 절실
농지비 문제 중앙회 논의 필요하나
강호동 중앙회장 '입김'에서 벗어나기 힘들수도
독립경영 통한 내부통제 강화 관건
이찬우 전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이 NH농협금융지주 8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그가 그룹 경쟁력 강화부터 농협중앙회와의 관계 설정 등 다양한 과제를 어떻게 해결해나갈지 관심이 집중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회장은 전날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거쳐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행정고시 합격 후 재정경제부와 기획재정부 등 경제부처에서 줄곧 일했다. 기재부 차관보 이후 김경수 경남도지사 시절 경남도청 경제혁신추진위원장을 지내고 금감원 수석부원장을 끝으로 공직 생활을 마무리했다. 이후 지난해 12월에 수협은행 사외이사로 취임했으나 곧바로 농협금융지주 회장에 오르면서 사임계를 제출했다.
농협금융 임추위는 “(이 회장이) 기재부 등 정부 부처에서 경제정책부터 실무업무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업무 경험을 통해 금융과 거시경제 전반에 대한 통찰력을 갖췄으며 금감원 수석부원장을 역임하며 금융 산업에 대한 전문성과 이해도가 높아 금융지주회사 최고경영자(CEO)로서 필요한 역량을 모두 갖추었다”고 평가했다.
취임식 없이 곧바로 임기에 돌입한 이 회장 앞에는 수많은 과제가 산적해 있다. 우선 계열사 대표들과 호흡을 맞추며 지주 계열사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지난해 12월 농협금융지주는 지주 회장을 비롯해 은행·생명·카드·손해보험·캐피탈·저축은행 등 9개 계열사 중 6곳의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했다. 교체된 CEO들은 대부분 강호동 농협중앙회장과 비슷한 지역(영남) 출신으로 채워졌다.
농협금융의 실적은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 중 가장 낮다. 지난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2조3151억원이다. 이는 KB금융(4조3953억원)과 신한금융(3조9856억원)의 절반 수준이며, 하나금융(3조2254억원)과는 1조원 차이를 보인다. 비은행 포트폴리오가 부족한 우리금융(2조6591억원)과 비교해도 3000억원 차이가 난다. IBK기업은행(2조1977억원)과는 1174억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5대 금융지주 자리도 위협받고 있다. 이는 핵심 계열사인 농협은행 수익성이 낮아지고 있는 점과 보험 등 캐시카우 역할을 해야 하는 비은행 계열사의 성적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농협은행의 순이익은 은행권 1위 신한은행(3조1028억원)의 약 53%인 1조6561억원에 그쳤다.
실적의 발목을 잡는 원인 중 하나로 농업지원사업비 문제도 있다. 농업지원사업비는 농업인 지원을 명목으로 농협중앙회가 거둬가는 분담금이다. 지난해 3분기 농협금융은 4583억원의 농지비를 중앙회에 보냈다. 전년 동기(3695억원) 대비 888억원 늘어난 수치다. 2012년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중앙회는 농지비 총 5조2170억원을 받았다. 농협금융은 농지비 산정에 실질적 권한이 없다. 부과율은 농협중앙회 총회에서 결정 후 농협금융에 통보한다.
이에 중앙회와의 대화가 필요하지만 실제로 협의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강 회장의 ‘입김’이 강하기 때문이다. 농협법상 중앙회장은 비상근 명예직이기 때문에 공식적인 인사권이 없다. 농협금융 회장 등은 인사추천위원회에서 추천 후 이사회에서 결정한다. 하지만 이사회에는 회장뿐 아니라 회장과 가까운 지역농협 조합장, 부회장 등이 포함돼있다. 이를 통해 강 회장은 자신들의 측근이나 동향 사람으로 계열사 대표를 앉힌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도 강 회장과 같은 부산·경남 출신이다.
이 회장이 눈치 보지 않고 독립경영을 하더라도 자유롭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주 이사회부터 주위 임원 모두 강 회장 ‘라인’이기 때문이다. 최근 이사회 의장에 선임된 김병화 변호사는 농협중앙회 이사 시절 같은 이사회 구성원이었던 강 회장과 연이 있다. 전날까지 회장 직무대행을 했던 이재호 농협금융 전략기획부문 부사장도 강 회장이 합천 율곡농협 조합장이던 때 농협은행 합천군 지부장이었다.
이는 그룹 내 내부통제 문제 해결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업계에서는 중앙회를 위시한 지배구조 때문에 금융 경험이 없는 인물들이 농협금융 관련 계열사 요직에 배치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5대 시중은행 중 10억원 이상 금융사고를 가장 많이 공시(6건)한 곳이다.
오규민 기자 moh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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