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 치료제 보급 등 국제보건 프로그램 직격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제개발처'(USAid)의 규모를 축소하고 국무부 산하로 격하할 예정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주요 언론매체들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국제개발처는 개발 도상국에 대한 차관 및 기술 원조, 협력 등을 하는 해외 원조 기관이다.
현재 국제개발처에서는 대규모 정리해고가 진행되고 있으며, 부처 홈페이지는 예고나 설명 없이 1일에 갑자기 폐쇄됐다.
국제개발처는 직원이 1만여명이고 연간 예산이 428억 달러(62조4000억원)인 독립 부처다. 1961년 '외국원조법'에 의거해 설립됐으며 1998년에는 독립부처로서 지위가 의회 입법으로 조문화됐다.
국제개발처의 독립성을 박탈하고 국무부 산하로 격하키로 한 트럼프 대통령의 방침에 야당인 민주당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연방상원 민주당 원내대표 척 슈머는 의회에서 제정된 법률에 따른 독립기관인 국제개발처를 트럼프 대통령이 폐지하고 국무부 산하기관으로 편입하는 것은 불법이며 국익에도 어긋난다고 지난달 31일 밤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서 말했다.
앞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취임 당일인 지난달 20일 해외 개발 원조를 전면 중단시켰다. 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개발처의 간부 60명을 대기발령하고 고위직 간부를 대거 면직했으며, 계약을 맺어 일하는 이들 수백명에게 일을 그만두도록 종용했다.
전·현직 국제개발처 직원들은 이런 대거 인사 조치가 이의제기를 하려는 직원들의 입을 막으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작년 기준으로 유엔이 파악한 전세계 국제 원조 금액의 42%가 미국에서 나왔다. 만약 국제개발처가 국무부 산하로 격하된다면, 미국의 대외원조는 외교정책 달성의 직접적 수단이 되는 경우가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2기에서 지원이 중단될 우려가 큰 사업으로는 태국 난민 수용소 내 병원 건립, 전쟁 지역의 지뢰 제거, 에이즈 치료제 개발 지원 등이 꼽힌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외지원 중단을 계기로 당장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 있는 국제설사성질환연구센터에서는 업무가 정지됐으며 1000여명이 일자리를 잃게 됐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