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최근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에서 영풍 측 의결권이 배제된 것과 관련해 "그동안 정부, 국회 및 전 국민이 간절히 바랐던 '한국 증시의 선진시장 진입'이라는 희망이 무참히 짓밟혔다"고 비판했다.
31일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이번 사례는 대기업 중심의 규제에 초점을 맞춰 온 공정거래위원회가 거버넌스 문제를 다루는 데 한계를 보여준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분수령으로 꼽힌 지난 23일 임시 주총 하루 전 영풍 지분 10%를 기습적으로 고려아연의 해외 손자회사 선메탈코퍼레이션(SMC)으로 넘긴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최상위 회사의 주가순자산비율(PBR) 0.2배라는 극단적 저평가 및 한국 증시의 고질적 문제인 중복상장 때문에 벌어진 일이기도 하다"며 "주주 의결권을 강탈해 주식회사의 존립을 허무는 행위, 특정 주주의 사익을 위해 회사 자산과 법률행위 능력이라는 법인격을 동원한 것 자체, 그리고 주주들의 가처분 신청권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주총 전날로 지분 거래 타이밍을 잡은 것 모두 주주 이익을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당국의 대처도 주문했다. 현행 공정거래법 제21조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소속 국내회사가 국내 계열회사 주식을 취득, 소유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이 회장은 "고려아연은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 금지규정 적용을 피하고자 100% 손자회사인 호주 SMC 명의로 영풍 주식 10%를 전격 취득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임시 주총에서 상법 제369조 3항을 근거로 외국 법인에도 상호주를 인정한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주식회사는 우리나라 법률에 근거해 설립되는 것인데, 외국에 설립된 법인인 SMC는 우리나라 법령에 근거한 바 없으므로, 상법 적용 여부도 불분명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최근 LG, 두산, 현대차가 모회사 주주 이익을 침해하는 해외법인 현지 상장을 강행하는 것처럼, 대기업을 중심으로 수많은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이 외국 자회사를 악용한 상호출자를 통해 일가족의 지배력을 부당하게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주주에 대한 법률구제 수단도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병원 응급실처럼 주총 직전 이벤트가 발생할 경우 상대방 심문 없이도 바로 가처분을 내려줄 응급 가처분제도, 주총 직후라도 하루 이틀 만에 이를 바로 잡을 수 있는 신속 가처분제도의 필요성이 대두된다"며 "미국 델라웨어 법원은 사실상 회사법 전문법원의 역할을 하는데, 우리나라는 상사전문법원이 없어 주주가 피해를 보더라도 신속하고 전문적인 구제가 어려운 실정이다. 상사전문법원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짚었다.
아울러 이 회장은 "앞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공식 보고서를 통해 '지배권 경쟁은 (효율성과 투명성을 전제로) 반드시 허용돼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또한 기존 경영진과 이사회가 (참호를 구축해) 책임을 회피하고자 제3자의 지배권 인수 시도에 반대하는 행위도 비판했다"며 "OECD가 피인수 기업 이사회의 선관주의 및 충실의무를 강조한 만큼, 고려아연 기존 및 신임 이사들도 특정 주주의 사익을 위하기보다는 선관주의에 따라 모든 주주 이익을 중시하는 판단하기를 권고한다"고 덧붙였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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