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적 태도…덴마크는 겁에 질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가 그린란드 매입과 관련해 격렬한 통화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24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은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과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 간 통화가 매우 격렬했다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프레데릭센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 그린란드 매입을 놓고 45분간 통화했다. 덴마크는 통화 직후 이후 북극 안보에 기여하겠다는 유화적 제스처를 보였고, 양측이 대화를 지속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두 정상의 통화 내용을 알고 있는 전·현직 당국자 5명은 외신에 "당시 통화가 매우 좋지 않은 분위기로 흘러갔다"라고 털어놨다. 프레데릭센 총리가 "그린란드는 매물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이야기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매우 공격적이고 대립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밝혔다. 한 관계자는 두 정상의 통화 분위기가 "끔찍했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그는(트럼프 대통령) 매우 확고했다. 정신이 번쩍 들 정도였다"며 "이전에는 진지하게 보지 않았지만, 이제는 심각하고 잠재적으로 위험하다고도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아울러 "의도가 분명했다. 미국은 그린란드를 원하고, 덴마크는 위기에 처했다", "덴마크 사람들은 이번 일로 완전히 겁에 질렸다" 등의 반응도 있었다.
한 전직 덴마크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적 관세와 같은 구체적인 조치로 위협했다"고도 말했다. 외신은 이번 통화로 트럼프 대통령의 귀환이 어느 때보다 대서양 관계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추정하며 유럽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 안보를 위해 그린란드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할 때 유럽에서는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전략이기를 바랐다. 북극 패권 경쟁에서 러시아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엄포성 위협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그러나 두 정상 간 통화 분위기가 전해지자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 편입을 위해 무력 수단도 배제하지 않겠다"던 엄포가 매우 진지한 것일 수 있다고 우려한다.
덴마크 총리실은 외신의 이 보도와 관련해 "익명의 출처에 의한 해석은 확인해줄 수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프레데릭센 총리는 통화 다음 날 자국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긴급 소집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 등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또 통화 당일 현지 TV2 방송에 출연한 프레데릭센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와 그 주변에 큰 관심이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오늘 대화를 토대로 볼 때 공개적으로 논의된 것보다 수위가 낮다고 볼 이유가 없었다"고 밝혔다.
한편 북극해에 있는 그린란드는 300년간 덴마크의 지배를 받다가 1953년 덴마크에 공식 편입된 뒤 2009년부터는 외교·국방을 제외한 모든 정책 결정에 대한 자치권을 행사하고 있다.
구나리 기자 forsythia26@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