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대기발령…트럼프 코드 맞춰 정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안보 사령탑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물갈이에 나섰다. 기존 다른 부처 파견 공무원들을 업무에서 배제하고 트럼프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 인사들로 자리를 채우고 있다.
22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NSC를 이끄는 마이크 왈츠 국가안보보좌관은 각 정부 부처에서 NSC로 파견된 약 160명의 공무원에게 재택근무를 통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만연해진 연방공무원들의 재택근무를 금지하고 사무실 출근을 지시했다. 이들 160명에게 재택근무 명령을 한 것은 이와 거꾸로 가는 것으로, 사실상 원소속 부처 복귀를 전제로 한 대기발령 조치로 보인다.
AP통신은 동시에 NSC가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일했던 인사들을 포함해 새 행정부가 중시하는 전문성을 갖춘 직업 공무원들을 파견받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일부 파견 공무원들은 파견이 조기 종료되고 원소속 기관에 복귀하게 될 것이란 통보를 받았다. 몇몇은 백악관 이메일 계정이 차단됐으나 개인 휴대전화로 계속 연락할 수 있게 하라는 지시를 받았는데, AP통신은 이들이 실질적인 업무를 맡게 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고 전했다.
브라이언 휴즈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월요일 오후 12시 1분부터 인사 검토와 평가에 따른 결정이 내려지고 있다"며 "왈츠 보좌관이 NSC 직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이행하는 데 전념하게 하고, 국가 안보를 보호하며, 미국 노동자들의 세금을 현명하게 사용하도록 하는 것은 전적으로 적절하다"고 말했다.
최근 왈츠 보좌관은 보수 성향 매체 브라이트바트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데려갈 사람은 트럼프 대통령의 의제와 100% 일치해야 한다"며 "NSC 구성원의 상당수는 다른 기관에서 나온 파견자이며 우리 팀은 우리가 누구와 함께 일하고 싶은지 알고 있다"고 말했다.
NSC 파견 공무원들은 대부분 국무부, 연방수사국(FBI), 중앙정보국(CIA) 등에서 파견된 전문가들이다. 통상적으로 이들은 1~2년간 NSC에서 근무한 뒤 원소속 부처로 복귀하는데, 정권이 바뀌어도 근무를 지속한다. 그러나 이번엔 정해진 기간에 관계없이 '코드'가 맞지 않으면 돌려보내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 정권인수팀은 NCS에 파견된 공무원들을 상대로 작년 대선에서 누구에게 투표했는지, 정치 기부금 현황,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트럼프 당선인을 비난하는 글을 게시했는지 등을 조사했다고 AP통신은 밝혔다.
AP통신은 트럼프 1기때 NSC 내부 고발 사태가 또다시 일어나는 것을 막는 목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아들 헌터 바이든의 우크라이나 에너지 기업 관련 부패 의혹을 조사하라고 압박했다. 당시 NSC에 파견된 군 장교 2명이 이 통화를 듣고 내부고발했고,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첫 탄핵소추 사유가 됐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분쟁 등 복잡한 외교 정책을 다루는 시점에 대테러부터 글로벌 기후정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에서 비정치적인 전문가들을 소외시키고 있다"며 "이는 NSC에 새로 영입된 정책 전문가들이 정책 차이와 우려에 대해 발언할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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