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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모금]필사의 위로…'그리움, 사랑, 휴식'을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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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거칠어진 마음결을 누그러뜨릴 필사에 적합한 시 모음집이다. 창비시선의 명구절을 시인들이 직접 엄선했다. 황인찬, 도종환, 김용택 등 18명의 시인이 참여했다. 그리움, 사랑, 휴식, 위로 등 다양한 감정에 맞춤한 100가지 시구를 체계적으로 분류해 10부로 구성했다. 故신경림, 김용택, 정호승, 도종환, 안도현, 나희덕, 진은영 등 한국시단을 대표하는 거장들의 시와 이장욱, 이병률, 신용목, 안미옥, 안희연, 황인찬 등 최근 주목받는 시인들의 작품이 어우러졌다.


[책 한 모금]필사의 위로…'그리움, 사랑, 휴식'을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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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한다는 것은 빈 의자에 앉는 일/꽃잎들이 떠난 빈 꽃자리에 앉는 일//그립다는 것은 빈 의자에 앉는 일/붉은 꽃잎처럼 앉았다 차마 비워두는 일

-문태준, 「꽃 진 자리에」 전문

손이 시려서 너의 호주머니에 손을 넣었다/눈이 펄펄 날리고 있어서/나의 한 손을 거기 넣었다/그 캄캄한 곳에 너의 손이 있어서/나의 한 손을 거기 넣었다/그날 우리는 걸어서 어디로 갔나//두근거리는 손 때문에 우리는 걷고 또 걸었다/흰 눈이 내리는데 햇빛이 환한데/낯선 곳에서 길을 잃었는데/심장이 된 손에 이끌려/우리는 쉬지 않고 걸어서 어디로 갔나

-강성은, 「검은 호주머니 속의 산책」 부분

지난여름에는 해변에 흩어져 있는 발자국들을 보며 지난밤의 즐거웠던 춤과 사랑의 기억 따위를 떠올렸습니다만 지금은 좁은 침대에 누워 어깨를 움츠린 채//잠들어 있는 옆 사람을 살짝 밀어볼 뿐입니다//밀리지는 않는군요 이대로 잠들 수는 없겠군요//그러거나/말거나//새소리가 들려옵니다/아침이군요/창밖에서는 또 희미한 빛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황인찬, 「이것이 나의 최선, 그것이 나의 최악」 부분

네가 너는 아직도 어렵다는 얘기를 꺼냈을 때/나는 우리가 한번이라도 어렵지 않은 적이 있냐고 되물었다/사랑이 힘이 되지 않던 시절/길고 어두운 복도우리를 찢고 나온 슬픈 광대들이/난간에서 떨어지고, 떨어져 살점으로 흩어지는 동안/그러나 너는 이상하게/내가 손을 넣고 살며시 기댄 사람이었다

-주하림, 「작별」 부분

갑자기 찾아온/이 고통도 오래 매만져야겠다/주머니에 넣고 손에 익을 때까지//각진 모서리 닳아 없어질 때까지/그리하여 마음 안에 한 자리 차지할 때까지/이 괴로움 오래 다듬어야겠다//그렇지 아니한가/우리를 힘들게 한 것들이/우리의 힘을 빠지게 한 것들이/어느덧 우리의 힘이 되지 않았는가

-이문재, 「오래 만진 슬픔」 부분

시로 채우는 내 마음 필사노트 | 황인찬 외 17명 | 창비 | 256쪽 | 2만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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