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주주 시절 주총서 '50억 보수' 셀프 찬성표…法 "무효"
남양유업 인수 한앤코…"소비자 신뢰·기업 이미지 제고"
'주식양도 지연책임' 민사소송, '일가 횡령·배임' 형사재판 대기중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74)이 과거 정기 주주총회에서 자신의 '이사 보수 한도'를 높이는 결의에 스스로 찬성표를 던진 것은 위법이라는 법원 판단이 재차 나왔다.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한앤코)와 소송전 끝에 지난해 남양유업 경영권을 넘긴 홍 전 회장은 이후 관련 민·형사 소송에서 연달아 불리한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法 "2023년 정기 주총 결의 무효"…확정 시 퇴직금 대폭 줄어
23일 투자은행(IB) 및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서울고법 민사12-1부(재판장 장석조)는 심혜섭 남양유업 감사가 회사를 상대로 낸 주주총회 결의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문제가 된 2023년 남양유업 정기주총 결의를 무효로 판단했다.
앞서 홍 전 회장은 2023년 남양유업 최대 주주 시절 정기주총에서 자신의 이사 보수 한도 결의에 찬성표를 던졌다. 이를 통해 당시 홍 전 회장의 급여 한도는 최대 50억원으로 상향됐다. 심 감사는 이를 상법 위반으로 판단하고, 남양유업을 상대로 당시 주총 결의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남양유업 지분 3%를 든 행동주의펀드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의 추천을 받아 감사로 선임된 인물이다.
지난해 5월 1심은 당시 이사 보수 한도 결의가 취소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특히 홍 전 회장이 최대 주주로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는 이해관계자였는데도 찬성표를 던진 점을 지적했다. 별도로 진행된 남양유업 주식 양도소송에서 그해 1월 패소가 확정돼 지분을 한앤코에 넘긴 홍 전 회장은 독립당사자 참가 신청을 통해 이번 재판에 참여하며 항소했다. 독립당사자 참가란 민사소송법상 타인 간의 소송에 제3자가 당사자로 참가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항소심은 홍 전 회장의 항소를 기각했다. 결과적으로 1심 판결을 유지하고, 홍 전 회장이 의결권을 행사한 주총 결의는 상법에 어긋나 무효란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이다. 판결이 확정될 경우 퇴직금도 170억원에서 대폭 줄어들기 때문에, 홍 전 회장은 사건을 대법원까지 끌고 갈지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줄줄이 쌓인 소송 청구서…아내·두 아들도 형사재판 行
문제는 홍 전 회장 측이 남양유업을 둘러싼 다른 민·형사 소송전에도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양유업을 인수한 한앤코는 "이전 경영진 시절 발생한 문제에 대해 법적 절차를 통해 철저히 사실관계를 규명하고, 관련 사안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선 한앤코는 홍 전 회장 측에 50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상태다. 2021년 양측은 남양유업에 대한 3000억원대 인수합병(M&A)에 합의하고 주식 매매계약 협상을 시작했다. 하지만 홍 전 회장 측이 계약 해지를 선언하자 한앤코는 계약 내용을 근거로 주식 양도소송을 제기했고, 864일 만에 대법원에서 승소 판결을 확정받았다. 이에 따라 60년 오너 체제도 마무리됐다. 한앤코는 손해배상 청구를 통해 "주식양도가 늦어져 남양유업 등에 발생한 손해를 추가로 묻겠다"는 입장이다. 이 사건은 아직 1심 심리가 진행 중이다.
홍 전 회장과 일가족은 과거 남양유업 자금을 개인적으로 유용한 혐의로 형사 재판에 넘겨지기도 했다. 지난해 말 검찰은 홍 전 회장을 특정경제범죄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친인척 생활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도관 업체를 끼워 넣거나 법인 소유의 고급 별장, 차량 등을 사적으로 유용하는 등 200억여원을 횡령·배임한 혐의다. 최근 아내 이운경 전 고문과 두 아들도 37억원 상당의 회사 자금을 유용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이들은 회사 자금을 명품 브랜드 제품과 개인 주거지 이사, 해외여행 경비, 가전제품·가구 구매, 일가족 호텔 피트니스 클럽 연회비, 문구류·제과점·배달음식 소액 결제 등에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지난해 4월 새로운 경영진으로 체제가 변경된 뒤,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내부통제 시스템 개선 및 강화, 준법 윤리 경영 강화 등의 조처를 하고 있다"며 "소비자 신뢰 회복, 기업 이미지 제고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대 주주 변경 이후 주주가치 제고와 책임경영 노력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9월 231억원의 자사주 소각 및 액면분할을 단행한 데 이어 이달 17일 201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 결정을 공시했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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