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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2도]해결의 실마리는 경계와 편견 너머에

시계아이콘01분 09초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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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습에서 이탈한 '검은 수녀들' 유니아
경계선 고수…혼돈의 시대에 필요한 자세
두 가지 태도로 새로운 이념적 지평 제시

영화 '검은 수녀들'에서 유니아(송혜교) 수녀는 부마자(付魔者·마귀 들린 자)를 살리려고 고군분투한다. 유니아는 사도 바울의 로마서 서신에 단 한 번 등장하는 이름이다. 여성 최초로 사도 자리를 허락받았다고 전해진다. 아직도 남성과 동등하게 인정받지 못하는 여성 사역자들에게 보석 같은 존재다.


[영상2도]해결의 실마리는 경계와 편견 너머에 영화 '검은 수녀들'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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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빌린 영화 속 배역도 기존 틀에서 이탈해 있다. 서품되지 못한 수녀는 구마(驅魔·마귀를 내쫓음) 예식을 할 수 없다는 교회법을 어긴다. 무속 신앙의 도움도 마다하지 않는다. 바닷가에서 굿판을 벌이는 무당과 합심해 악귀와 싸운다. 속박하는 세상의 관습과 규범에서 벗어나 헌신과 희생을 보여준다.


경계선을 긋지 않아 가능한 일이다. 유니아는 평범한 수도자가 아니다. 어린 시절부터 영적 기운을 감지하는 불행에 빠졌다. 같은 부류의 많은 사람은 무당이나 수녀가 됐다. 두려움과 편견으로 물든 세상이 두려운 나머지 종교 뒤에 숨어버렸다.


유니아는 그들과 달리 경계선에 걸쳐 있다. 사회를 지탱하는 규정과 원칙에 구애받지 않는다. "악마든 환상이든 무엇으로 부르든 애만 살리면 되는 거 아닙니까?"


[영상2도]해결의 실마리는 경계와 편견 너머에 영화 '검은 수녀들' 스틸 컷

편견에 얽매인 시대에 필요한 자세다. 많은 사람은 혼란한 상황에서 새로운 이념을 갈망한다. 당면한 문제들이 과거에는 없었던 것처럼, 현상에 대한 이해부터 미래 전망까지 새롭게 조명하는 판단기준을 요구한다. 그러나 완전히 새로운 것은 설렘보다 불안으로 다가오기 마련이다. 삶의 기쁨을 제공하는 새로운 가치로 자리를 잡기 힘들다.


유니아는 크게 두 가지 태도로 이념적 지평을 제시한다. 첫째는 주어진 모든 것을 의심하지만 진리가 존재한다는 사실 그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 소크라테스적 회의주의다. 교단의 지지만 얻으면 그것이 곧 진리가 될 수 있다는 편견을 거부하고 독립된 진리를 찾아 나선다.


일련의 과정에서 '알 수 없음(Aporia)'은 논리적 허점이나 논박에서의 패배가 아니다. 모든 것을 알 수 없는 인간의 한계에 대한 진지한 자각에 더 가깝다. 질문에 대답하려는 사람들을 철학적 성찰의 길로 유도한다.


[영상2도]해결의 실마리는 경계와 편견 너머에 영화 '검은 수녀들' 스틸 컷

둘째는 문화적 변용에 대한 시인이다. 영화에서 교단은 모범적인 사제만 구마 예식을 할 수 있다는 교회법을 불변의 전통으로 단순화한다. 문화의 지속과 변화에 대한 지극히 자연스러운 인정조차 등한시한다.



반면 유니아는 상이한 종교와의 접촉을 통해 사건을 해결할 실마리를 얻는다. 이런 사고는 과거에 연계된 현재를 새로운 미래의 가능성으로 바꿀 수 있다는 자각에서 출발한다. 문화적 접촉과 변용을 거쳐 혁신적인 생각으로 발전한다. 이것이야말로 편견의 장벽을 넘을 힘이 아닐까.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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