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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수출주도 경제모델의 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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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수출주도 경제모델의 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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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본격적인 수출 드라이브 정책을 걸었던 건 1962년 제1차 5개년 경제개발계획을 발표하면서다. 국가기록원에 보관된 당시 1차 경제개발계획 자료를 보면 자립경제 토대를 구축하자는 슬로건과 함께 수출증대, 국제수지 개선 등을 구체적인 방법으로 제시했다. 박정희 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은 자료 서문에서 "1차 계획은 우리나라 경제가 자력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목표를 밝혔다.


당시 정부가 수출을 강조한 건 슬로건인 ‘자립경제’를 실현하기 위해서였다. 경제 자립을 위해선 생산 기반시설이 필요했고, 이를 위해선 자금을 쥐고 있어야 했다. 수출을 늘리면서 수입을 제한해 외화를 벌어들이는 게 유일한 방법이었다. 계획에는 국내 수요에 최대한 자력으로 대응하기 위해 계획기간 중 수출을 4배 늘리되 수입은 대체산업을 육성해 국내 생산을 키운다는 구체적인 방안이 명시됐다. 여성 머리카락이 가발로 만들어졌고 동해 오징어는 건조돼 한때 5대 수출품목으로 자리 잡기도 했다.


차관 유치 등이 당초 계획과 달라지면서 성장률 목표치 역시 낮아지긴 했지만 수출은 지난 60년 이상 우리 경제를 이끈 주역이 됐다. 1964년 수출 1억달러 달성을 시작으로 우리나라는 1973년 수출 10억달러, 그로부터 4년 후인 1977년에는 100억달러를 일궜다. 그리고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은 6838억달러에 달했다. 47년 새 68배 이상 성장했다. 수입이 6320억달러를 기록하면서 우리나라의 무역수지는 518억달러 흑자였다. 물론 지난 30년간 세계무역기구(WTO) 출범 등 전 세계적인 자유무역기조에 편승한 영향도 있다. 하지만 수출과 외화 획득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던 점도 경제 성장에 지대한 역할을 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수출 주도 모델은 최근 들어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더 이상 수출 주도의 경제성장 모델이 통하지 않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으로 ‘잘나가는’ 수출은 오히려 우리 경제에 걱정거리가 됐다. 지난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 4년간 600억달러 수준이었던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액은 조 바이든 행정부 기간 1500억달러로 늘었다. 무역역조 타파를 공약으로 내건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보면 날로 커지는 미국과 한국의 무역적자는 손봐야 할 대상이 된 것이다. 수출을 줄이거나 수입을 늘려야 하는데, 우리로선 결과적으로 열심히 노력해 수출을 늘려도 외화를 벌어들일 수 없는 구조가 됐다는 얘기다.


최태원 SK그룹 및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수출 주도 경제구조에 우려를 나타냈다. 수출이 잘 되는 건 좋지만 감당해야 할 후폭풍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한 방송프로그램에 나와 "근본적으로 수출을 통해 돈을 벌겠다는 모델을 바꿔야 하는 문제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수십년간 활용했던 수출주도형 경제 모델은 현재의 무역 질서에서 과거처럼 작동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수출 기업들은 해외에 생산기지를 만들어 변수를 줄인다.



이제 경제공식을 어떻게 바꿔야 하느냐를 고민할 시점이 된 건 분명해 보인다. 무엇보다 대외변수에 영향이 덜 한 경제구조를 만드는 게 중요해졌다. 생산기반시설이 전무하던 시절 1차 경제개발 계획에 담긴 ‘자립경제’는 원대한 목표였고, 이를 향해 달려왔다. 경제 성장의 새 방향을 제시하는 게 60년이 지난 지금 우리의 가장 큰 과제가 됐다.




최일권 산업IT부장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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