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무용단 '일무', 서울시극단 '퉁소소리'와 '트랩', 서울시합창단 '헨델, 메시아',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의 믹스드 오케스트라 '넥스트 레벨'.
세종문화회관이 산하 예술단이 제작해 관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은 이 작품들을 올해 다시 무대에 올린다.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21일 노들섬 서울시발레단 연습실에서 열린 '2025 세종시즌' 사업발표회에서 공연계가 한동안 어려울 수 있다며 "올해 검증된 레파토리 작품, 확실한 설득력이 있는 작품으로 승부를 보겠다"고 말했다.

세종문화회관은 2022년 제작극장으로 도약을 선언하며 산하 예술단체 고유의 콘텐츠 확보에 힘써왔다. 그 결과 서울시무용단이 2022년 초연한 일무는 지난해 뉴욕 진출에 성공했을 뿐 아니라 링컨센터 공연을 전회차 매진시키며 기염을 토했다. 서울시극단이 지난해 초연한 '퉁소소리'는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올해의 연극 베스트 3'에 선정됐다.
안 사장은 "풍성한 레퍼토리 작품으로 한 해를 마감할 수 있었던 점이 지난해 가장 큰 성과였다"고 말했다.
세종문화회관은 지난 3년간 제작극장으로써 정체성 강화에 힘써며 다수의 레퍼토리 작품을 확보했고 올해 관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11개 작품을 다시 무대에 올린다. 10개 작품은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다시 오르고 서울시뮤지컬이 2022년 초연한 뒤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서울에서 공연한 뮤지컬 '다시, 봄'은 올해 화성, 세종, 안산 등에서 지방 공연을 할 예정이다.
안 사장은 공연 시장이 다시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레퍼토리 작품을 확보한 것이 위안거리라고 강조했다.
"2023년 공연 시장은 정말 좋았다. 코로나19가 끝나면서 공연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고 다양한 지원 정책으로 관객들 주머니 사정도 여유가 있었다. 세종문화회관이 역사상 최대 규모의 자체 사업 수익을 올렸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공연 시장이 조금씩 어려워지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어려움은 아마도 한참 동안 지속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2023년과 같은 호황은 앞으로 10년 내에는 다시 오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올해 세종문화회관은 29개 작품을 모두 174회 공연한다. 이 중 산하 예술단 작품은 25개로 모두 162회 공연이 예정돼 있다. 산하 예술단 작품이 전체의 86%를 차지한다.
서울시오페라단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4월10~13일 '파우스트'를 대극장용으로 업그레이드해 선보일 예정이다. 이 작품은 2022년 세종문화회관의 컨템퍼러리 시즌 싱크 넥스트를 통해 에스(S)씨어터에서 초연된 바 있다.
서울시극단은 지난해 초연한 연극 '퉁소소리' 9월5~28일 재공연한다. 이 작품은 조선시대 소설 '최척전'을 고선웅 서울시극단장만의 독창적인 연출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폭넓은 연령층으로부터 호평받았다. 서울시극단의 또 다른 작품 '트랩'(11.7.~30.)은 11월에 재공연한다. 4년 연속 매진을 기록하고 있는 서울시합창단의 '헨델, 메시아'는 12월4일 롯데콘서트홀에서 공연한다.

레퍼토리 작품 외에 신작들도 선보일 예정이다. 서울시무용단은 일무 외에 신작 두 편을 새롭게 선보인다. 한국춤의 뿌리인 장단과 속도의 변주를 현대적으로 풀어낸 작품 '스피드'를 4월24~27일 에스(S)씨어터에서, 11월6~9일에는 엠(M)씨어터에서 신작 '미메시스'를 공연한다.
서울시극단은 올해 신작을 2편 선보인다. 고선웅 단장이 각색과 연출을 맡을 '유령'을 5월30일~6월22일 에스씨어터에서 공연한다. 3월28일~4월20일에는 독일 극작가 카를 발렌틴(Karl Valentin) 원작의 '코믹'이 무대에 오른다.
서울시뮤지컬단은 엠씨어터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뮤지컬 탄생 과정을 그린 '더 퍼스트 그레잇 쇼'를 5월29일~6월15일 공연한다.
서울시오페라단은 창단 40주년을 맞아 11월13~16일 주세페 베르디의 명작 '아이다'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창단 60주년을 맞은 서울시국악관현악단도 4월18일 대극장에서 '창단 60주년 헤리티지' 공연을 개최한다.
창단 2년차를 맞은 서울시발레단은 컨템포러리 발레단으로서 입지를 다지기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선다. 서울시발레단은 올해 4회 공연을 통해 모두 7개의 작품을 선보인다. 오하드 나하린, 요한 잉거, 한스 판 마넨 등 세계적 안무가들의 대표작을 통해 역량과 신뢰를 쌓고, 장기적으로는 서울시발레단만의 신작 개발을 도모한다.
안호상 사장은 또 내년에는 서울시발레단의 예술감독을 선임하겠다고 밝혔다.
안 사장은 "새로 만들어진 컨템포러리 발레단인만큼 예술감독의 경영능력과 국제 발레계 네트워킹이라는 두 가지 측면을 고려해 선임할 생각"이라며 "올해 선임을 위한 공식 기구를 구성하고 내년 상반기, 늦어도 내년 하반기에는 예술감독을 선임할 계획"이라고 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