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각적 성공의 새 시대' 선언에 낙관적 전망
본인 영웅화…강한 대통령 모습만 강조했단 지적도
과거 정부와 결별 강조한 정책만 나열
미국의 황금기를 이끌 리더인가, 통합이 아닌 분열을 야기하는 대통령이 될 것인가.
20일(현지시간) 미국 47대 대통령 자리에 오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사를 두고 미국 주요 외신의 반응은 엇갈렸다. 보수 색채가 짙은 언론들은 미국 황금기로의 복귀를 강조한 트럼프 대통령 메시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또 다른 언론들은 강한 대통령의 모습만 강조했을 뿐 통합이 아닌 분열을 야기하는 정책만 나열하는 데 열중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취임사에서 "미국을 지구상에서 가장 위대하고, 가장 강력하고, 가장 존경받는 국가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미국 우선주의 시대 2.0'을 선포한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한 미국 주요 외신의 평가는 갈렸다.
보수성향인 폭스 뉴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사 내용을 전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적 성공의 새 기대'를 다짐하면서 '변화의 물결이 나라를 휩쓸고 있다'는 낙관적 전망을 내놓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연설 내용 중 "우리는 다른 어떤 나라와도 비교할 수 없는 자비, 용기, 탁월함으로 가득한 나라가 될 것"이라고 말한 부분을 소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취임식을 생중계하며 "트럼프가 미국의 쇠퇴를 역전시키기 위해 획기적인 정책 변화를 제시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연설 중 가장 인기있는 버전을 선보였다고 논평했다. WSJ은 또 "트럼프가 미국의 새로운 '황금기'를 선언했다"며 "새 대통령은 국경과 에너지, 정부 개혁과 관련된 우선 과제를 앞세워 추진하겠다고 다짐하면서 대대적인 정책 변화를 선언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사가 통합보다는 분열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반응도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조 바이든 전 대통령과 민주당 인사들을 대놓고 비판한 점을 지적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취임사에서 "우리 정부는 신뢰의 위기를 마주하고 있다. 수년간 극단적이고 부패한 기득권이 우리 국민에게서 권력과 부를 뽑아갔으며 우리 사회의 기둥들은 쓰러지고 완전히 황폐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정부는 우리의 훌륭하고 법을 준수하는 미국 국민을 보호하는 데 실패했지만, 위험한 범죄자들에게 안식처를 제공하고 보호하고 있다"면서 바이든 행정부의 국경 정책을 우회적으로 비난했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오직 자신만이 살릴 수 있는 무너져가는 나라의 암울한 모습을 그렸다"며 "그는 취임사에서 대부분의 대통령이 선호하는 고결한 주제나 통합적인 표현을 거의 생략하고, 종종 분열을 야기하는 일련의 정책을 개략적으로 설명했다"고 짚었다.
일부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본인을 영웅으로 묘사하고, 강한 대통령의 면모를 강조하는 데 지나치게 몰두했다고 평가했다. CNN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그의 취임식에서 보여준 힘의 과시는 트럼프의 '스트롱맨(strongman)' 페르소나와 전능한 대통령 권한에 대한 시각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며 "이는 그의 두 번째 임기가 국내외에서 강한 혼란을 야기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취임 연설에서 얻은 6가지 교훈'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트럼프는 악을 물리친 영웅으로 자신을 묘사하는 데 열중했고 명백한 운명에 기대고 있었다"면서 "트럼프는 종종 통합에 대해 고상하게 이야기했고 이 연설에서도 그것을 강조했다. 하지만 항상 그가 구하겠다고 약속한 나라에 대한 이미지를 어둡게 그리는 경향이 있고(2017년 취임 연설에서 그랬듯이) 정치적인 보복 행위로 귀결됐다"고 논평했다.
과거의 불만에 사로잡힌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도 뒤따랐다. NBC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평화를 만드는 사람이자 통합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지만, 지난 대선(2020년) 패배와 (2021년) 1월6일 의회 폭동에 대한 수사에 이르기까지 과거의 불만에 사로잡힌 사람의 관점에서도 얘기했다"면서 "이는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지지자) 집회 연설의 주제와 불평을 그대로 반복한 것"이라고 전했다.
새로운 황금시대를 약속했지만, 정작 새로운 것보다는 과거 정부와의 결별을 강조하는 데 급급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AFP통신은 "도널드 트럼프는 역사적인 두 번째 대통령 임기를 위한 선서를 하면서 미국의 새로운 '황금시대'를 약속했지만, 취임사의 대부분을 자신이 '미국의 쇠퇴'라고 부르는 현상을 되돌리기 위한 강경 정책을 선전하는 데 집중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47대 미국 대통령(도널드 트럼프)은 종종 분열을 일으키는 연설을 통해 불법 이민과 문화 전쟁을 겨냥하며 미국 정치 역사상 가장 주목할 만한 복귀를 선언했다"고 덧붙였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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