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분야 약가 하락·중국 견제 기조
韓 바이오시밀러·CDMO 기업 반사이익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라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개발·제조 경쟁력이 본격적인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이후 가장 두드러진 제약·바이오 분야 정책 방향은 ‘약가 하락’과 ‘중국 견제’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두 기조 모두 한국의 개발·제조 경쟁력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저렴한 수준으로 의약품이 공급돼야 한다’는 취지의 행정명령을 내렸다. 해당 행정명령은 바이든 정부 시절 폐기됐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재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트럼프 1기는 제약사들이 처방의약품급여관리업체(PBM)에 리베이트를 지급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의회에 제출해 의약품 비용 통제를 추진했다. 당시 미국 보건부는 리베이트가 의약품 가격을 높이고 저가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의 사용을 저해한다고 지적하며 법안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이같은 트럼프 행정부의 약가 인하 기조는 국내 바이오시밀러 회사들의 반사이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바이오시밀러는 대개 원조 제품보다 가격이 30% 정도 저렴하다. 미국에서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기대가 커지는 이유다. 국내 바이오시밀러 기업들의 개발 능력은 이미 입증됐다. 미국 식품의약국(FDA)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오리지널의약품 17개에 대해 허가한 바이오시밀러는 총 63개로 이 중 한국 기업은 14개를 허가받았다. 미국 26개에 이어 두번째로 많았다.
CDMO(위탁개발생산) 분야도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 바이오 산업은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이어 대규모 제조 능력까지 갖췄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오는 4월 완공되는 5공장(18만ℓ)을 포함해 6~8공장을 잇따라 완공해 2032년까지 132만4000ℓ 캐파(생산능력)를 확한다는 전략이다. 론자, 카탈런트 등 글로벌 경쟁 기업을 뛰어넘는 규모다. 셀트리온도 2031년까지 30만ℓ 규모의 CDMO 공장을 확보한다.
여기에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트럼프 행정부 정책 방향도 한국 기업에는 긍정적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후보자 시절 공약 ‘어젠더 47’을 통해 의약품 등 필수품의 중국 수입을 금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우시 등 중국 CDMO 업체들의 미국 사업을 제한하는 ‘생물보안법’도 재추진돼 국내 CDMO 기업들에 도움을 줄 가능성이 크다. 탈중국 정책으로 인해 우시바이오로직스 등 중국 CDMO 업체들의 영향력이 약화하고 한국 등 다른 국적 회사들의 반사이익이 클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다만 트럼프 정부가 미국 현지에 공장 설립을 요구하는 등 투자와 고용을 압박할 수도 있다. 김혁중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미유럽팀 부연구위원은 "미국 내 고객사와의 협력 강화를 통해 미국 내 생산 기반을 강화하는 방안이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된다"며 "미국 내 토종 기업이나 미국 외 유수의 제약기업과 합작을 통해 진출하거나 미국 내 기업을 직접 인수하는 방안 등이 제시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