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정상 축하 메시지 보내며 협력 강조
푸틴 "새 미정부와 대화하는 것 열려있어"
중국·멕시코와 지정학적 갈등 가능성도
'미국 우선주의'를 거듭 강조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취임하자 각국 정상들은 미국과의 파트너십을 강조하는데 분주한 모습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한 관세 부과, 이민 정책,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탈퇴 등이 현실화할 경우 자국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미국과의 협력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놓고 미국의 지원 축소 가능성을 우려하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트럼프 대통령은 항상 결단력이 있으며, 그가 발표한 '힘에 의한 평화' 정책은 미국의 리더십을 강화하고 장기적이고 공정한 평화를 달성할 기회를 제공한다"며 환영의 메시지를 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해 대화할 뜻이 있음을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화상 회의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을 축하한다"면서 "우크라이나 분쟁에 대해 새 미 정부와 대화하는 것에 열려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우크라이나 전쟁의 조기종식론을 주장한 만큼 수주일 내에 우크라이나 전쟁 출구전략을 논의하기 위한 정상회담 일정을 조율할 것으로 관측된다. CNN은 1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수일 내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통화 일정을 잡으라고 참모들에게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우리는 새로 선출된 미 대통령과 그의 팀이 우리의 잘못이 아니라 퇴임하는 미 정부 때문에 중단된 러시아와의 직접 접촉을 복원하고 싶다고 말하는 것을 봤다. 또 제3차 세계대전을 방지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것을 해야 한다는 발언도 들었다"며 "이러한 입장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러시아에 강경책을 고수했던 조 바이든 전 정부와는 각을 세우며 대치했던 것과 달리 앞으로는 미국과 새롭게 관계 설정을 하겠단 의미로 해석된다.
'미국의 51번째 주로 만들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을 받았던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도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트뤼도 총리는 엑스에 "캐나다와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경제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우리는 양국을 위해 더 많은 일자리와 번영을 창출하기 위해 다시 협력할 기회가 있다"고 적었다.
보편관세로 인해 자동차 산업이 타격을 입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독일의 올라프 숄츠 총리는 엑스에 "미국은 우리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이며, 우리의 정책 목표는 항상 좋은 대서양 횡단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라며 축하 메시지를 남겼다.
미국으로부터 방위비 증액 요구를 받고 있는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도 "트럼프 대통령의 귀환과 함께 우리는 방위비 지출 및 생산을 가속할 것"이라며 "우리는 힘을 통해, 나토를 통해 함께 평화를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 등 동맹국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주장하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2%대인 나토 국가들의 국방비 지출을 5%까지 올리라고 압박해왔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유럽 정상으로서는 유일하게 참석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엑스에 "양국 간 파트너십을 계속 강화해 글로벌 도전에 함께 대처하고 우리 국민을 위한 번영과 안보의 미래를 건설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이탈리아는 미국과 유럽 간 대화를 강화하는 데 항상 전념할 것"이라고 적었다. 찰스 3세 영국 국왕 역시 "양국은 특별한 관계"라고 강조했다.
불법이민자 온상이 되고 있다는 미국의 지적을 받아온 멕시코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잘 대비돼 있으며, 트럼프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각종 사안에) 합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별도의 취임 축하 메시지를 밝히지 않았다. 다만 그는 이날 일선 군부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트럼프 2기 출범이 "유럽의 전략적 각성을 위한 기회"라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미국에 대한 의존도는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며 유럽 각국이 국방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친이스라엘 행보를 보이는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미국과 이스라엘 동맹의 전성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며 향후 동맹 강화 의지를 드러냈다.
한편 중국과 멕시코와는 향후 지정학적 문제로 미국과 갈등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지금 중국이 파나마운하를 운영하고 있다. 되찾을 것"이라고 발언한 데 이어 "멕시코만은 미국만으로 변경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한국의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엑스를 통해 "한미동맹의 발전을 기대한다"면서 "대한민국은 45대 미국 대통령 임기 때와 마찬가지로, 47대 대통령 임기에서도 동맹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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