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조사에 불응한 윤석열 대통령 측은 헌법재판소에서 본격화하는 탄핵심판에도 대응해야 한다. 비상계엄을 둘러싼 수사와 탄핵재판 양 갈래 파도를 넘어야 한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심리해달라는 것이 윤 대통령 측의 요청이지만 헌재는 신속한 심리 방침을 원칙으로 천명한 상황이어서 윤 대통령 측으로선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 측이 16일 오후 2시로 예정된 2차 변론 기일을 연기해 달라고 신청서를 냈지만 헌재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천재현 헌재 공보관은 "재판관 전원이 참석해 논의를 거친 후 기일 변경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며 "재판부에서 기일 변경을 할 만한 사유가 아니라고 본 것으로 이해된다"고 말했다. 별도의 결정 없이 재판부의 판단에 따른 것이란 설명도 덧붙였다.
이에 따라 2차 변론기일은 윤 대통령 출석 없이 예정대로 진행된다. 당초 윤 대통령은 탄핵심판에 직접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으나, 공수처에 체포되면서 이 역시 당분간은 어려울 전망이다. 윤 대통령 측은 전날 조대현 전 헌법재판관과 정상명 전 검찰총장 등 6명의 변호인을 추가 선임했다. 이로써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총 14명으로 늘었다.
윤 대통령 측은 지난 1차 변론기일 때 재판관 기피신청 및 재판절차 관련 3건의 이의신청을 무더기로 냈다. 그러나 헌재는 곧바로 재판관회의를 소집해 모두 기각했다. 이례적으로 신속한 조치로 볼 수 있다. 헌재는 사건 접수 이후 현재까지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을 최우선 처리한다’는 일관된 방침을 유지하고 있고, 내부적으로는 공정한 재판 진행과 더불어 재판절차 지연은 안 된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한다.
이날 진행되는 2차 변론은 사실상 제대로 된 첫 심리라고 볼 수 있다. 지난 14일 1차 변론이 당사자인 윤 대통령의 불출석으로 공전된 데 따른 것이다. 다만 수사에도 대응해야 하는 윤 대통령 측이 본격적, 실질적 변론을 펼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앞서 국회 측이 탄핵소추 사유 중 윤 대통령의 내란 행위를 형법이 아닌 ‘헌법 위반’으로 구성해 심판받겠다고 밝힌 데 대해 이날 변론에서 헌재의 판단이 나올지도 괌심이다. 윤 대통령 측은 형법상의 내란죄 위반 내용이 빠질 경우 탄핵소추 사유의 상당 부분이 변경되는 것으로, 국회의 재의결이 필요하다고 반발해왔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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