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훈 디트론 대표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현대 사회에서 실버케어는 단순한 복지의 영역을 넘어 필수적인 사회적 과제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요양병원과 같은 의료 현장에서는 환자의 존엄성을 지키면서도 간병인의 업무 부담을 줄이는 기술적 혁신이 절실하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디트론'의 휴대용 배뇨감지 센서는 환자의 용변 상태를 실시간으로 감지해 간병인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환자의 불편함과 수치심을 줄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전자파를 발생시키지 않는 일체화 된 센서 특허기술을 통해 옷 위에서 용변 상태를 감지할 수 있으며, 스마트폰 앱이나 복잡한 별도 기저귀 센서 없이도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지난 13일 아시아경제와 만난 안성훈 대표(69)는 디트론의 제품이 "단순히 기술 혁신을 넘어,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 의료 현장의 효율성을 높이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며 "고령화가 가속화되는 시대, 환자와 간병인 모두에게 더 나은 삶을 선사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1956년생인 안 대표는 중앙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후 공군 장교로 복무했으며, 이후 삼성전자 반도체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그는 퇴사 후 1989년 대산전자를 설립(2000년 디트론으로 법인전환)해 삼성전자 협력업체로서 2009년까지 반도체 공정의 일부를 담당했다. 이후 또 그는 새로운 도전을 결심했다. 오랜 시간 쌓아온 기술력을 인류의 삶을 개선하는 데 활용하고 싶다는 열망이 그를 움직였다고. 그렇게 만들어낸 게 배뇨감지 센서다.
-휴대용 배뇨감지기를 개발하게 된 계기는.
▲2015년 어머니가 요양병원에 입원하면서 의료 현장의 현실을 직접 보게 됐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 환자들을 돌보는 간병인들의 고충은 상상 이상이었다. 특히 2시간마다 환자의 기저귀 상태를 확인해야 하는 일이 간병인들에게 큰 부담이었다. 치매 환자의 경우 상황은 더욱 복잡했다.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기저귀 교체 시기를 예측하기 어려웠고, 환자들은 기저귀를 확인하기 위해 옷을 내리는 과정에서 큰 수치심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야간에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 한밤중에 기저귀를 확인하거나 교체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음은 주변 환자들의 수면을 방해한다. 간병인들은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이러한 과정을 반복해야 했지만, 이는 환자와 간병인 모두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일이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고, 환자의 옷을 내리지 않고도 기저귀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면 환자와 간병인 모두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디트론 휴대용 배뇨감지기를 개발하게 된 계기다.
-작동 원리는 뭔가.
▲디트론의 휴대용 배뇨감지기는 환자의 바지를 내리지 않고도 기저귀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혁신적인 제품이다. LED 불빛을 통해 기저귀의 젖은 상태를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간병인은 센서를 환자의 옷 위에 밀착시킨 후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된다. 젖은 부위는 빨간 불빛으로, 마른 부위는 녹색 불빛으로 표시되며, 젖은 면적의 크기를 기준으로 기저귀 교체 시기를 판단할 수 있다. 사용법은 간단하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측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별도의 교육이 필요하지 않다. 또한, 소리나 진동 대신 작은 불빛으로만 상태를 표시하도록 설계돼 야간에도 주변 환자들을 깨우지 않고 사용할 수 있다.
-제품의 주요 특징은.
▲크기가 작고 가벼워 휴대가 간편하다. 작은 비누 정도의 크기이고, 49g의 무게로 가벼워서 간병인들이 손쉽게 사용할 수 있다. 또한, AAA 건전지 두 개로 작동하며, 한 번의 건전지 교체로 18개월 이상 사용할 수 있어 유지비 부담도 적다. 무엇보다 전자파 걱정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독자적인 기술을 적용했다. 일체화된 센서 특허기술을 통해 액체의 유무를 감지하는 방식으로, 전자파 발생을 원천적으로 차단한 거다. 이 기술은 삼성전자에서 쌓은 반도체 공정 경험을 바탕으로 개발한 것으로, 특허까지 획득했다. 제품 가격도 7만9000원으로 책정돼 요양시설뿐만 아니라 개인 간병인들도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다.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경쟁 제품들과의 차이점이 있다면.
▲현재 시장에는 많은 기저귀 센서 제품이 존재하지만, 대부분 기저귀 내부에 센서를 삽입하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과 연동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이러한 제품들은 전자파 발생이 불가피하며, 기저귀마다 센서를 교체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또한, 가격대가 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높아 개인이 구매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반면, 디트론의 배뇨감지기는 전자파 걱정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독자적인 기술을 적용했다. 또한, 기저귀 내부에 센서를 삽입할 필요가 없고, 옷 위에서 간단히 측정할 수 있어 사용이 훨씬 간편하다. 무엇보다 가격이 합리적이기 때문에 요양병원뿐만 아니라 개인 간병인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해외 시장에서의 성과는 어떠한가.
▲국내 출시 이전에 일본 시장에서 먼저 상용화됐다. 실버산업이 발달한 일본에서 2018년 첫 출시 이후 3000대 이상이 판매되며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 일본 가와사키시의 KIS 인증을 획득하며 품질과 혁신성을 인정받았습니다. KIS 인증은 연간 5개 미만의 혁신적인 고령자 케어 제품에만 부여되는 인증으로, 디트론은 외국 기업으로는 최초로 이 인증을 받았다.
현재 그리스, 체코, 루마니아 등 유럽 국가들에도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특히 유럽의 엄격한 의료기기 규정을 통과하며 제품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입증했다. 디트론은 앞으로 미국과 다른 유럽 지역으로도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협의를 진행 중이다.
-디트론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가 있다면.
▲디트론의 배뇨감지기를 단순한 기술 제품이 아니라, 노년의 마지막 존엄을 지키기 위한 도구로 보고 있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고통을 줄이고, 환자와 간병인 모두가 편안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다. 현재는 배뇨 감지에 특화된 제품이지만, 앞으로는 체온, 체동 감지 등 다양한 바이오 신호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통합 케어 솔루션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또한,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해 환자별 맞춤형 케어 패턴을 분석하고 예측하는 시스템도 연구 중이다. 세상을 바꾸는 일은 작은 변화에서 시작된다고 믿는다. 앞으로도 실버케어 시장에서 환자와 간병인을 위한 혁신을 지속해 나갈 예정이다.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