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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주민 외출 금지령"…응급실 없는 이탈리아 황당 법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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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어려운 마을 상황 알리기 위한 것”
병원·의사 부족…“10년 내 마을 소멸”

이탈리아의 한 마을에서 응급 의료 지원이 필요한 질병에 걸리는 것을 금지하는 황당한 법령이 발표돼 눈길을 끈다.


12일 외신보도에 따르면 CNN은 이탈리아 남부 칼라브리아 내의 벨카스트로 마을에서 최근 주민들에게 법령에 따라 “응급 의료 지원이 필요한 질병에 걸리지 말 것”이라고 공지했다고 지난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해당 법령에는 건강을 위협하는 위험을 감수하거나 사고를 당하지 않는 것을 비롯해, 여행이나 스포츠를 하지 않고 집에 머물 것을 요청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CNN은 이같은 법령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시행될지 확실하지 않다고 전했다.


이처럼 현실성이 없는 법령에 대해 안토니오 토르키아 시장은 지역 매체에 “벨카스트로의 의료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한 차원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것은 단순한 도발이 아니고, 당국에 도움을 요청하는 외침이자 어려운 마을 상황을 알리는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전 주민 외출 금지령"…응급실 없는 이탈리아 황당 법령 벨카스트로 마을 [이미지 출처=Comune di Belcastro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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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칠리아와 칼라브리아, 캄파니아 등이 속한 이탈리아 남부는 낙농업 중심의 산업구조로 중공업이 발달한 북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빈약한 지역이다. 이같은 격차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도시 봉쇄를 겪으면서 더심화했다.


코로나19 유행 당시 북부는 경제·금융중심지 밀라노와 유명 관광도시가 몰려 있어 상대적으로 의료 체제가 잘 갖춰진 상태였다. 그러나 가난한 남부는 이탈리아가 재정 위기를 맞으며 예산을 삭감하자 의료, 복지에 투자되는 비용을 크게 줄이는 바람에 타격을 더 크게 입었다.


칼라브리아 내 벨카스트로 마을은 이탈리아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 중 하나로 알려졌으며, 인구는 1300명이다. 많은 젊은이가 농촌을 떠나면서 지역 소멸 문제를 겪고 있는 이곳은 마을 인구 중 절반이 노령 인구로 구성돼 응급 상황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


뉴욕 포스트에 따르면 2009년부터 벨카스트로 마을 병원 18곳이 폐업했다. 그나마 남아 있는 지역 병원은 자주 문을 닫고 있으며, 공휴일이나 근무 시간 외에는 당직 의사도 없는 상황이다. 가장 가까운 응급실은 마을에서 무려 45㎞가량 떨어진 곳에 있다. 심지어 응급실로 가는 도로는 30㎞로 속도 제한이 걸려 있다.



토르키아 시장은 “마을의 공공 의료원이 정기적으로 문을 열 때까지 법령은 유효하다”면서 “필수 서비스를 벨카스트로 마을에 제공하지 않는다면 10년 안에 마을이 소멸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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