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원래 병원으로 돌아가면 불이익 無
2026학년도 의대 정원도 원점서 재논의
"의사는 불이익 안받는다" 선례 우려도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등 정부 책임자들이 나서 전공의와 의대생에게 사과하고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일 년 가까이 이어져 온 의정 갈등을 해소할 계기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12일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10일 복귀를 원하는 사직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수련 및 입영 특례를 약속하고 나선 것은 오는 3월 시작하는 수련 시기에 맞춰 전공의들의 복귀를 유도하고 새학기 의대 수업을 정상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2025학년도 의대 입시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데다 그간 비상대책위원회로 운영돼온 대한의사협회의 회장이 새로 선출되면서 대화를 재개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는 기대감도 깔려 있다.
정부는 우선 사직 전공의들이 원래 병원으로 복귀해 수련할 수 있도록 당장 14일부터 시작하는 전공의 모집에 '사직 1년 내 복귀 제한' 규정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현재 전공의 수련 규정은 사직 후 1년 내 복귀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으나 이를 적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다만 특례는 사직했던 수련병원에 동일한 전공·연차로 돌아갈 때만 적용된다.
의료계 안팎에선 이같은 특례 조치를 두고 전공들의 복귀를 위한 최소한의 명분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과 실질적인 복귀 유도 효과는 없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이미 지난해 정부가 한차례 전공의들에게 수련 특례 카드를 제시했으나 별다른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했고, 올해 상반기 전공의 모집마저 파행을 겪으면서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조치였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정부는 또 입영 대상이었다가 복귀를 선택한 전공의는 수련을 모두 마친 후 의무장교 등으로 입영할 수 있도록 조치하기로 했다. 현재 전공의는 의무사관후보생으로 등록돼 있어 퇴직 시 병역법에 따라 입영 대상자가 된다. 일반병으로 병역을 이행할 수는 없으며, 반드시 군의관이나 공중보건의(공보의) 등으로 병역 의무를 이행해야만 한다. 하지만 이미 사직한 전공의 중 의무사관후보생이 3000여명에 달해 통상적인 군 수요로 알려진 연간 1000여명을 크게 웃돌면서 이들이 입영하려면 최대 4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정부는 의학교육 여건 개선을 위해 올해 6062억원의 예산을 투자하는 등 작년에 휴학한 의대 1학년생과 올해 신입생이 함께 정상적으로 수업받을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방침이라고 약속했다. 2026학년도 의대 정원 확대 규모도 제로베이스에서 유연하게 협의하되 의료인력 수급 전망은 물론 대다수 학생이 작년 수업에 참여하지 못한 점, 각 학교의 교육 여건 등도 고려하겠다고 했다.
최 권한대행이 전공의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직접 표한 것도 일 년 가까이 끌어오고 있는 의정 갈등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동안 의료계에서는 정부 측의 사과를 강력하게 요구해왔는데, 현 국정 최고책임자가 전격 사과하면서 전공의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최 권한대행은 "의료에 헌신하기로 한 꿈을 잠시 접고 진로를 고민하는 전공의, 교육과 수업 문제로 고민했을 교수와 의대생 여러분께도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거듭 사과했다.
장기화한 의료 대란에 국민들이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는 것도 정부가 물러선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다만 전공의들에게 특혜를 주면서까지 정부가 고개를 숙이는 모습을 보이면서 오히려 극단적인 방식의 집단행동을 하고도 '의사는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선례를 남길 것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이 부총리는 "정부가 진정성을 갖고 의료계와 소통하고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측면이 크다"며 "지나친 특혜라는 걱정도 했지만 환자들을 위해 의료 개혁을 빨리 완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대승적 결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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