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2% 향해 진전…금리 인하 지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2인자인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가 오는 20일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 인상 정책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그동안 Fed 당국자의 입에서 관세가 경제에 미칠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 적은 거의 없었다. 월러 이사는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로 지속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며, 올해 추가 금리 인하가 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월러 이사는 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행사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인상 정책에 대해서는 "관세가 인플레이션에 상당하거나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추가 금리 인하가 적절할 것이라는 자신의 견해를 바꾸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미 CNN 방송은 트럼프 당선인이 보편관세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예상했던 대로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 카드를 꺼낼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집권 1기에 선임해 최근 공석이 된 Fed 부의장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월러 이사는 "중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이 2% 목표를 향해 계속 진전될 것으로 믿는다"며 "내 전망대로 진행된다면 2025년에도 정책 금리 지속 인하를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플레이션이 2%로 하락할 것이란 전망의 근거로는 최근 6개월간 근원 인플레이션 상승률 추이 하락, 예상보다 낮은 11월 물가 지표 등을 거론했다.
월러 이사는 미국 경제가 견조한 기반(solid footing) 위에 놓여 있고 노동시장도 Fed 목표치인 최대 고용에 가깝지만, 현재 금리는 여전히 제약적인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 노동시장은 과열되거나 제약적이지 않은 경제처럼 보이지 않는다"며 "정책 금리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현재 금리가 여전히 경제활동을 억제하고 있어, 추가 금리 인하가 적절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다만 통화완화 속도는 데이터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월러 이사는 "항상 그렇듯 추가 완화의 정도는 2% 인플레이션 진전과 관련한 데이터에 달려 있다"며 "인하 속도는 노동시장이 약화되는 것을 막는 동시에 인플레이션이 얼마나 진전을 이루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월러 이사의 발언은 지난해 12월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인하'에 나선 Fed의 통화정책 기조와는 온도차가 있다. Fed는 지난해 12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연간 4.25~4.5%로 결정하면서, 2025년 금리 인하폭 전망치를 종전 1%포인트에서 0.5%포인트로 줄였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을 비롯한 당국자들이 향후 신중한 통화완화를 시사하며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지고 있다.
시장은 이날 미 동부시간으로 오후 2시(한국시간 9일 오전 4시) 공개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을 주목하고 있다. FOMC 의사록을 통해 Fed 위원들의 현재 경제 상황 진단과 향후 통화정책 경로에 대한 견해를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뉴욕(미국)=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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