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밀 누설 혐의 “1심 형 가볍다”
공소 사실 바꿔 2심서 형량 늘어
“특별한 사정 없다” 상고 기각
[대법원 판단]
공소장변경이 소송 절차에서 피고인의 지위를 과도하게 불안정하게 하고, 피고인의 방어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것과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그러한 공소장변경은 원칙적으로 허용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 대법원은 그 특별한 사정의 기준을 제시하면서, 특별한 사정이 있더라도 공소장변경 없이는 실체적 진실의 발견이라는 형사소송의 목적에 비춰 현저히 정의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그러한 공소장변경도 허용될 수 있으나 그 예외가 인정되는지 여부도 피고인의 법적 안정성 보장 등을 고려해 매우 엄격하고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
대법원 형사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 2020도11949(2024년 12월 12일 판결)
[판결 결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
[사실관계와 원심]
A 씨는 업무상 알게 된 군사기밀을 누설해 군사기밀보호법 제13조 제1항을 위반한 공소사실(제1공소사실)로 기소됐다. 1심은 제1공소사실을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않은 방법으로 군사기밀을 탐지하거나 수집하고, 이를 타인에게 누설했다’는 군사기밀보호법 제11조·제12조 제1항 위반의 공소사실(제2공소사실)로 교환적으로 변경하는 검사의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허가한 후 제2 공소사실에 대해 유죄(징역 1년의 선고유예)를 선고했고 군검사는 형이 너무 가볍다는 이유로 항소했다. 군검사는 항소심 제1회 공판기일에 다시 제1공소사실을 주위적 공소사실로 추가하고 제2공소사실을 예비적 공소사실로 변경하는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했다. A 씨의 변호인이 공소권 남용 주장을 했지만 항소심은 검사의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허가한 후 제1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대법원 판단(요지)]
군사법원법 제355조의 공소장변경제도는 당사자주의적 견지에서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라 할지라도 공소장변경 절차에 의해 심판의 대상을 명확히 한정하지 않으면 심판대상이 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함으로써 피고인이 예상하지 않은 처벌을 받는 익을 방지하려는 것으로 형벌권의 적정한 실현과 소송경제를 도모하는 한편 피고인의 방어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데에 그 제도적 가치가 있다.
동적·발전적인 성격의 형사소송절차에서 처음 공소제기된 사실관계가 소송 진행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등의 사정이 있을 수 있으므로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특정 공소사실을 철회했다가 다시 추가하는 등과 같은 공소장변경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헌법 제13조 제1항 후문 '거듭처벌금지의 원칙'의 정신에 비추어 소송절차에서 불안정한 지위에 놓이게 될 수 있는 피고인의 인권과 법적 안정성 보장의 관점에서 그러한 공소장변경이 얼마든지 허용된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공소장변경이 소송절차에서 피고인의 지위를 과도하게 불안정하게 하고, 피고인의 방어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것과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그러한 공소장변경은 원칙적으로 허용될 수 없다. 이때 그러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 여부는 △검사의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의 실질적 의도와 시기 △특히 검사가 공소장변경허가신청 기회가 충분히 있는데도 불구하고 장기간 권한행사를 하지 않다가 피고인의 방어가 성공한 단계 이후에 전격적으로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한 것인지 여부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의 횟수, 경과 및 공소사실의 철회·추가변경 등 유형 △특히 검사의 신청이 특정 공소사실에 대해 현실적 심판대상에서 제외했다가 다시 이를 번복하는 취지인지 여부 △기존 공소사실과 변경하려는 공소사실에 대한 방어 내용의 차이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전후로 이루어진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 내용과 과정 등 심리의 경과에 비춰 공소장변경으로 인해 그 이전에 해 온 피고인의 방어활동이 무위로 돌아가는지 여부 및 변경하려는 공소사실에 대한 피고인의 실질적이고도 충분한 방어가 가능한지 여부 등 제반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 다만 이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더라도 공소장변경 없이는 적정절차에 의한 신속한 실체적 진실의 발견이라는 형사소송의 목적에 비춰 현저히 정의와 형평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그러한 공소장변경도 허용될 여지가 있으나 예외가 인정되는지 여부도 피고인의 법적 안정성 보장과 공소장변경제도의 가치 등을 고려해 매우 엄격하고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다만 이 사건의 경우엔 공소장변경이 허용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원심에 잘못이 없어 상고를 기각한다.
박수연 법률신문 기자
※이 기사는 법률신문에서 제공받은 콘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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