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중국 시니어 비즈니스 인사이트 시찰단’과 함께 중국 상하이를 방문했다. 필자는 코로나 1년차인 2020년까지 중국에서 일했던 터라 간간히 시니어 산업에 대한 변화 소식을 접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중국 ‘양로산업’이 발전하는 것을 직접 보고 들으니 놀라웠다. 일단, 정부는 물론이고 산업 내 이해관계자들 모두 초고령화로 인해 발생하는 이슈들에 대해 복지로만 접근해서는 대처가 어렵다고 공감하고 있었다. 인구구조보다도, 노년층의 절대 인구수가 문제였다. 지난해 8월 30일 중국 민정부(民政府)는 '2023년 민정사업발전 통계공보'를 발표했다. 2023년 중국 60세 이상 노인 인구수는 2억9697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21.1%를 차지한다. 2022년부터 10년 이상 연간 약 1600만명 이상 규모로 60세 이상 인구가 증가할 것이라고도 했다. UN은 중국의 60세 이상 인구가 2030년에 3억5000만명 이상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현재 중국은 전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억 단위의 고령인구를 보유하고 있다. 실버서비스에 대한 규모의 경제나 비용 절감, 과감한 시도가 없이는 막막한 상황이다.
중국매일경제망에 따르면, 최근 중국 정부 내 24개 부처가 '실버서비스 소비 활성화 및 삶의 질 향상 조치'를 발표했다. 주로 ‘실버서비스 수급 개선, 새로운 실버서비스 형태 도입, 실버서비스 소비 보장 강화, 실버서비스 시설과 제품 개발 강화, 안전한 실버서비스 소비환경 조성’ 등 5대 분야의 19가지 조치가 담겼다. 1당 체제인 중국에서 정부의 발표는 절대적이라, 관계자들은 이 방향을 향해 집중할 것이다. 2020년 1월에도 중국 산업정보기술부는 ‘고령화 제품 산업의 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지침’을 발표했다. 위챗, 타오바오, 더우인, 텐센트 지도 등 인민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42개를 대상으로 고령 서비스 제작을 지시했다. 단순 글꼴 키우기나 색 변경 정도가 아니라 불필요한 광고를 줄여 로딩 시간을 단축하고, ‘시니어 전용 프로그램 개발’ 등을 주문했다. 노인 제품 산업의 발전을 촉진하는 것이 ‘인구 고령화라는 새로운 시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중요한 조치’로 판단한다며 직접 보도자료를 냈었다.
그 결과를 2024년, 현장에서 접할 수 있었다. 인천을 떠나 푸동 국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중국 유럽 국제공상학원에서 전문가를 만났다. 그동안 중국에서 아동 인구 감소로 폐교 소식을 접하고 있었는데, 상하이에서만 2024년 초등·중학교 9곳이 폐교하거나 다른 학교와 통합됐다고 한다. 이미 출산율은 부정적인 흐름을 벗어날 수 없다고도 했다. 본인의 할머니 세대만 하더라도 자녀가 12명이었는데, 현재 상하이 같은 대도시에서는 가구당 1명도 낳지 않는다고 한다. 따라서 자녀들이 십시일반으로 부모를 부양하기 힘든 구조가 되었단 것이다. 또 부모 세대는 지방에 거주하고 있는데, 자녀 세대는 대도시에 있고 바쁘기 때문에 실질적인 돌봄이 필요할 때 가족의 도움을 받기가 거리상 어렵다고 한다. 이에 대해 근원적으로 공공 분야와 민간 분야에서 앞으로 어떻게 상황을 풀어갈지 관심과 노력을 갖고 있다고. 특히 중산층을 위한 서비스와 제품이 필요하다고 했다. 아주 부유한 시니어들은 어차피 자체 해결책을 찾을 것이고, 저소득층은 복지 관점에서 돌본다면, 가장 인구가 많은 중산층을 위한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에서 각종 논문의 정의를 종합하면 ‘고령친화산업’이란, ‘주로 민간 기업을 통해 경제적인 능력이 있는 노인인구 계층 및 노후대책을 준비하는 예비 노인층을 대상으로 그들의 욕구에 적합한 상품과 서비스를 자유시장경제 원리에 따라 공급하는 산업’이다. 중국에서는 유사하게 ‘스마트양로(智慧養老)산업’이 있다. 중국에서 노인을 위한 서비스 기획에는 디지털플랫폼과 인프라를 기반으로 IoT(사물인터넷), AI(인공지능), 5G(5세대 이동통신 시스템)과 같은 첨단 기술을 활용한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도 건강하게 지속가능하려면 기술을 통한 비용 절감과 효율성이 필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프리미엄 실버타운이나 원격 의료, 각종 금융서비스까지 그 영역은 확대되고 있다. 중국 산업정보망에 따르면 이 규모는 2023년 4조7000억위안(약 884조원)이고 매년 급격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단다. 차담을 나눈 전문가에 따르면, 부동산업계와 보험업계 그리고 투자 업계에서 아주 높은 관심을 갖고 움직이고 있다고 한다. 본격적인 시설 견학과 실버 업계 미팅은 다음 날부터인데, 한국에서 강조되는 복지적 관점보다 지속가능한 산업으로써의 모델을 찾는 형태로 나아가는 중국 상황이 궁금해진다. 얼마 전, 중국에서 실버산업 발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인파리량(銀髮力量, 은발의 힘)’이 유행어로 꼽혔다. 다음 칼럼에서 상세하고 놀라운 기업 방문기를 전할 예정이다.
이보람 써드에이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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