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 회장 신년 릴레이 인터뷰 ③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공격적인 인수합병(M&A)으로 빠르게 성장한 하나금융그룹이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고환율, 은행 성장성 한계 등 금융산업을 둘러싼 환경은 녹록지 않은 가운데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단순히 몸집 불리기식 M&A는 지양하고, '내실과 협업'으로 위기를 돌파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새해 소감을 전했다.
8일 아시아경제와의 서면인터뷰에서 함 회장은 "올해는 트럼프의 정책 리스크, 국내 정치 리스크 등 국내외에서 불안요인이 동시 부각되고, 내수 회복도 지연되면서 성장세는 미약할 것"이라고 경제상황을 진단했다.
환율 리스크도 올해 사업 전망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함 회장은 "기존 저항선이었던 1400원대 중반이 돌파되면서 현재 1500원 돌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최근 환율 급등에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반영된 것으로 보여, 향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될 경우 환율도 1400원대 부근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산업에 대해 함 회장은 "금융업의 성장성이 한계에 다다르고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에서 생산성 제고를 위한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며 "특히 망 분리 정책이 추진되고 혁신 금융서비스를 통한 외부 인공지능(AI) 모델 도입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AI를 통한 생산성 증대와 금융서비스 혁신이 가속화할 것"이라고 했다.
함 회장은 이를 돌파할 올해 경영전략으로 '내실과 협업'을 꼽았다. 함 회장은 "자산규모의 성장, 포트폴리오의 확장이 이뤄진 만큼이나 우리의 내실과 역량도 함께 성장했는지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며 "견고한 내실을 바탕으로 안정적 사업기반을 구축해 그룹 내외부, 금융과 비금융 등 다양한 협업을 추진해 손님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는 본격적인 금리인하기에 접어들며 은행의 수익성 지표로 꼽히는 순이자마진(NIM)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하나금융은 비은행 부분의 사업확대에 주력한다는 구상이다. 함 회장은 "기준금리 인하가 은행의 NIM 하락으로 이어져 은행산업의 성장성이 제한될 것"이라며 "하나금융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자산관리(WM), 기업금융(IB), 외국환 등의 분야에서 시장을 선도해 경쟁우위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몸집불리기만을 위한 M&A는 지양한다는 방침이다. 함 회장은 "하나금융은 M&A를 바탕으로 성공적으로 종합금융그룹으로 성장한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앞으로는 주주와 손님가치 제고라는 측면에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M&A건만 선별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함 회장은 밸류업 계획의 차질없는 이행에 대해서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견조한 펀더멘털을 바탕으로 주주환원을 지속하는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며 "차질없는 이행을 위해 사업 포트폴리오 및 경영진 KPI를 자본효율성과 사업성 중심으로 개선해 10% 이상의 자기자본이익률(ROE)를 달성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해 은행가를 뒤흔든 내부통제에 대해서도 함 회장은 "하나금융은 지배구조법 개정 이전부터 약 4년여에 걸쳐 '그룹 표준 내부통제 체계 구축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며 "올해는 '그룹 공통 내부통제시스템'이 본격 가동되는 첫 해로, 내부통제 수준의 상향 평준화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