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의사가 쓴 외상센터의 24시간 기록
극한의 상황에서 환자를 살리기 위한 혈투
삶의 의문과 좌절에 따스한 위로를 주는 책
생사의 갈림길에서 싸우는 권역외상센터의 1분 1초 기록이 생생하게 담긴 책 '또다시 살리고 싶어서'가 출간됐다.
책의 저자인 허윤정 교수는 단국대병원 권역외상센터 외상외과 전문의이자, 혁신형 미래의료센터 소속 의사과학자다. 2023년 4~6월 방영된 SBS 금토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 3'의 촬영 자문의로 활약했다.
허 교수는 메스를 들 때는 한없이 냉정하면서도 과감한 의사지만, 펜을 들 때는 부드럽고 감성적 시선을 가진 작가이기도 하다. 그는 "내 환자가 마지막 순간에 느꼈던 감정을, 그들의 인생을 모나게 했던 풍파에 대해서 더 많은 이들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이 책을 썼다"고 고백한다.
이 책은 수술할 때는 냉철하지만 환자 앞에서만은 부드러운, '진짜' 의사가 전하는 외상센터의 24시간을 오롯이 담았다.
책은 3부로 구성된다. 1부 '플래티넘 미닛'은 외상센터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다. 외상센터에는 비극적인 사고로 심한 손상을 입고 실려 온 환자들, 그리고 이들을 살리려는 눈물겨운 노력이 있다. 환자의 가족에겐 삶의 가장 큰 비극을 주는 공간이기도 하다.
의사와 의사 간 대화는 피 튀길 정도로 긴박하고, 의사와 환자 간 대화는 슬프고도 아름답다. 누구나 외상센터를 갈 수 있다는, 죽음에 가장 가까운 곳에서 살려 달라고 외칠 수 있음을 생각하면, 삶과 죽음에 대해 더욱 뜨겁게 느낄 수 있다.
2부 '똑같은 환자가 없듯이'는 외상센터를 거쳐 간 이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의사와 자살 시도 환자로 만난 초등학교 동창, 뼈란 뼈가 모두 부러지고 몸속에 흙이 가득 차서 실려 온 노동자, 사지 마비의 고통을 이기고 살아난 환자, 120일간 '소양강 처녀'를 부르며 죽음을 이겨낸 60대 할머니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소생과 죽음을 읽다 보면, 숙연함과 슬픔 그리고 유머러스함까지 수많은 감정을 느낄 수 있다.
3부 '당신이 열두 번 실려 와도'는 의사로서의 허윤정, 인간으로서의 허윤정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의대생으로서의 고단한 삶, 여성 의사로서 느낀 보람과 슬픔 등 아주 개인적인 이야기를 통해 치열한 '칼잡이'의 인간적인 뒷모습을 볼 수 있다.
허 교수는 의료 대란 이후 힘겹게 자리를 지키는 필수 의료 종사자들에 대한 관심과 응원을 당부한다. 병원에서 가장 필요하지만, 의대생이 가장 기피하는 곳인 외상센터. 한 달 당직 7~8번, 36시간 연속 근무, 죽음에 가까운 환자들. 극한의 노동 강도를 견딜 수 있는 버팀목은 '사명감'이다. 이곳 외상외과 의사들은 지금까지 수많은 목숨을 살려냈고, 앞으로도 살려내겠다는 처절한 사명감으로 일하고 있다.
극한의 상황에서 환자의 소생만 생각하는 저자의 고백과 다짐이 담긴 이 책은 외상센터 현장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할 뿐 아니라, 삶의 의문과 좌절을 경험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강력한 해결책과 동기부여, 따스한 위로를 전할 것이다.
최호경 기자 hocan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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