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의/한국온실가스저감재활용협회장(前 환경부장관)
말 그대로 새로운 해 '새해(New Year)'다. 시계가 알려주는 시간은 여전히 어떤 차이도 없이 흐르는데 정말 새로 해가 뜨면서 새로움을 주는가?
생활 가이드 캘린더를 바꿔 걸고 송구영신(送舊迎新)과 신년하례의 법도를 만든 것은 시간의 구획을 통하여 사람의 마음과 문명적 제도를 거듭 올바르게 챙기고 바로 잡자는 뜻이리라. 그리스 시대부터 시간을 크로노스(chronos)와 카이로스(kairos)로 구분하여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시간 자원은 같을지라도 그걸 어떻게 쓰느냐는 각자의 뜻과 노력으로 상이한 축적을 낳는다고 간파했다.
지금은 대한민국(Republic of Korea, ROK)의 브랜드와 영향력이 진정으로 세계적이랄 수 있지만, 냉정히 말하면 최근 50~60년 동안에 온 국민이 애국심으로 뭉쳐서 피땀 흘려 이뤄낸 성과다. '쓰레기통에서 어찌 장미꽃이 필 수 있겠는가'라는 핀잔과 조소를 극복하고 '20세기의 명실상부한 기적'을 이룩한 나라기에, 점진적 단계를 거쳐 '선진 부국'에 이르렀다기보다는 압축적 고도성장과 급속민주화 과정에서 잠재적 문제들을 건강하게 내부화하기 어려웠고, 그래서 상존(尙存)하는 전통적 현안과 선진사회에 부딪힌 문제가 뒤섞여 아직 많은 갈등 요소를 풀어나가는데 적지 않은 기회비용을 감내할 형국이지만, 그런데도 '무한한 가능성의 대단한 나라‘ 임을 모두가 재인식할 필요가 있다.
소형 선박을 갖고 연안어업을 하던 때에 비해 대형 선박의 다목적 활약을 통해 세계를 누비는 상황이 되면 어떤 어려움도 극복하면서 기술과 경험, 전문인력과 국제협력 등의 비약적 발전을 도모하는 역정(歷程)에서, 많은 어려움과 고난을 겪는다. 뜻밖의 비상계엄 파동과 탄핵 정국, 미·중대결과 ‘트럼프 위기’, 북·중·러의 공조 체계 강화, 고물가·고환율·수출장벽 등 경제 불안, 중첩된 사회갈등, 저출산·초고령 사회의 급속한 현실화, 지방 소멸의 조짐 등 헤아리기 힘든 문제들을 안고 새해의 벽두에 섰지만, 크게 보아 세상의 모든 문제에는 반드시 답이 있다는 신념으로 국민이 차분하게 국민의 몫을 챙겨야 하겠다. 사회적으로 옳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각급 각 부문에서 지성적 지도적 역할과 헌신을 아끼지 않는 실천적 기여가 요청되기도 한다.
아무래도 개인은 물론 집안이나 사회, 나라까지도 '그릇 키우기'에 나서야 할 것 같다. 포용 사회, 포용 조화가 성숙하고 꽃을 피우는 해가 되도록 함께 나서자는 것이다. 현존하는 제반 갈등 문제를 풀고 세계를 품는 나라로 도약하자는 것이다. 유다른 승패 의식이 팽배한 오늘의 생활문화를 우리 자체의 노력을 통해 승자는 패자를, 패자는 승자를 포용하여 '함께 아름다운 사람·지역·사회·나라를 이뤄내면, 대한민국이 진짜 매력 국가, 모델국가, 중추 강국이 될 수 있다. 다양성이 경쟁력이 되고, 실패가 재도전의 촉매가 되며, 초연결과 융복합이 절실한 대전환 (grand transformation)의 기반이 되기에 그러하다. 국내외적으로 강조되고 있는 ESG 운동도 훨씬 빛을 낼 것이다.
포용문화의 기본은 '다름 (difference)'을 기꺼이 인정하고 겸손하게 수용하는 인식과 자세다. 우리 사회는 자기와 다르면 틀렸다고 잘못 생각하는 흐름을 보인다. 많은 경우 사안(事案)과 의제·과제를 대함에 있어 이성과 논리보다 감성과 정서에 기우는 경향과 정량(定量)을 정성(定性)보다 손쉽게 선택하는 관행, 반도국의 특징이기도 한 지정학·지경학 및 직업 지리학 바탕의 이익·실세 추종 추이(推移)를 뛰어넘어야 세계 사회의 존경과 중심(重心)을 품을 수 있다. 공자(孔子)께서 강조한 대로 적어도 네가지의 좁쟁이를 초월하는 ‘4무(毋意·毋必·毋固·毋我)’ 정신은 선진국 포용 사회의 보편적 관건이라 할 것이다.
새로운 해는 캘린더가 아닌 나와 너의 머리와 가슴을 잇는 스위치를 스스로 올려서 우리가 함께 만드는 데 있다. 정치집단을 포함하여 '자기이익'을 키우고자 국가·사회를 그럴듯한 구호와 위장된 제스처로 흔들어대는 퇴행적 후진 문화를 진정한 선진형 포용 대동(大同) 사회로 전환할 수 있는 주체는 국민이다. 국민이 큰 국민으로 변화하고 발전하기 위한 장정(長點)으로 '송구영신'의 깃발을 들자, 우리 국민은 할 수 있다!
호남취재본부 김우관 기자 woogwan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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