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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애경그룹, 무늬만 사과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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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참사 고개 숙인 애경그룹
계열 호텔, 국가애도기간 임직원 경품 행사
제주항공 홈피 사과문…지주사는 거리두기

[시시비비]애경그룹, 무늬만 사과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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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이 악재에 대응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오너가 직접 사과하고 적극적인 피해 보상을 약속하는 모습과 비판 여론이 잠잠해지기를 기다리는 것.


전남 무안공항에서 추락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에 연루된 애경그룹은 후자에 가깝다. 애경그룹은 지난해 12월29일 아침 여객기 참사가 발생한 뒤 한나절 넘게 지나서야 장영신 회장과 임직원 일동 명의의 사과문을 냈다.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서면을 통해서다.


애경그룹 장남인 채형석 총괄부회장이 김이배 제주항공 사장과 지주사인 AK홀딩스의 고준 대표를 대동해 참사 현장인 전남 무안공항을 찾기까지 사고 후 11시간이나 걸리면서 유가족으로부터 항의를 받았다. 기업의 사죄에도 장 회장의 서면 사과 및 경영진의 늑장 방문은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받는다.


특히 애경그룹 소유의 호텔(노보텔 앰버서더 수원)에서 참사 이틀 후 경품 추첨을 내건 임직원 정례회의(타운홀미팅)가 열린 것이 드러나면서 이같은 의심은 더욱 커졌다. 제주항공 참사 국가애도기간인 만큼 대부분의 기업들이 종무식과 시무식을 축소했는데, 애경그룹 계열사는 다과를 곁들인 행사에서 임직원들이 성과금 소식에 환호했다는 것이다.


올해 아흔에 가까운 고령의 장 회장이 유가족에게 직접 사과한다고 이번 참사로 아까운 목숨을 잃은 승객들을 살릴 수 없다. 다만 179명에 달하는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항공기 인명사고라는 점에서 오너가 직접 책임을 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계열사의 경거망동은 피했을 것이다.


해당 호텔은 세계적인 호텔체인 엠배서더가 위탁운영하는 만큼 그룹 차원의 지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 애경 측의 해명이다. 하지만 이번 경품 행사와 관련해 유가족에게 다시 고개를 숙인 고준 대표는 한달여전까지 해당 호텔의 대표를 지냈다. 현재 이 호텔의 대표는 '애경맨'으로 알려진 이강용 AK플라자 대표가 맡고있다. 그룹 차원의 강력한 애도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위치라는 이야기다.


더 이상한 점은 애경그룹의 애도 메시지는 사고 여객기를 운항하는 제주항공을 제외하면 공식적으로 찾아볼 수 없다. 제주항공은 지난달 사고 직후 홈페이지를 통해 김이배 대표이사 명의의 사과문을 게재했다. 하지만 지주사인 AK홀딩스는 현재까지 사과문을 올리지 않았다. 무안공항 늑장 방문 때처럼 사고 수습에 경황이 없다는 변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AK홀딩스는 참사 직후인 지난달 30일 사고 여객기의 가입보험 등 내용의 자회사 주요경영사항을 공시할 정도로 민첩하게 대응하지 않았나.


그동안 유통업계는 가습기 살균제를 비롯한 소비자 피해 사고에서 경영 책임자가 선제적인 사과와 피해 보상을 약속했다, 오히려 책임을 인정한 것으로 간주해 불이익을 받거나 처벌을 받은 사례가 있다. 애경그룹도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했다 소비자 불매운동이 벌어졌고, 관련 임직원도 구속된바 있다. 애경그룹이 소극적인 대응의 배경일 것이다.



AK홀딩스는 제주항공의 지분 절반 이상을 보유한 최대주주로, 그동안 제주항공의 지분을 담보로 그룹의 경영 자금을 조달했다. 참사 직접 당사자인 제주항공은 물론, 애경그룹도 사고 원인을 불문하고 대형 참사에 대한 도의적인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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