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유전체를 소재로 적용한 고성능·고집적 차세대 메모리 소자가 국내에서 개발됐다. 강유전체는 메모리 소자에서 전하를 저장하기 용이해 차세대 반도체 기술 개발과정에서 핵심 소재로 부각된다. 국내 연구팀이 개발한 차세대 메모리 소자는 강유전체를 적용해 현재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양대 산맥인 디램(DRAM)과 낸드 플래시(NAND Flash) 메모리의 한계를 극복했다는 평가다.
KAIST는 전상훈 교수 연구팀이 하프니아 강유전체 소재를 활용해 차세대 메모리 및 스토리지 메모리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6일 밝혔다.
하프니아 강유전체는 비휘발성 절연막으로 CMOS 공정 호환성, 동작 속도, 내구성 등 물리적 특성을 보여 차세대 반도체의 핵심 소재로 활용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물질이다.
DRAM 메모리는 스마트폰, 컴퓨터, USB 등 일상에서 사용하는 데이터를 저장하는 휘발성 메모리로 외부 전력이 끊어지면 저장된 데이터를 잃게 된다. 반대로 공정 단가가 낮고, 집적도가 높아 메인 메모리로 폭넓게 활용됐다.
하지만 DRAM 메모리 기술은 소자의 크기가 작아질수록 DRAM 소자가 정보를 저장하는 저장 커패시터의 용량도 작아져 메모리 동작 수행을 어렵게 한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하프니아 강유전체 기반의 극박막 고유전율 물질을 개발했다. 저장 커패시터가 물리적으로 작은 면적에서도 높은 저장 용량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하는데 집중한 결과다. 개발한 극박막 고유전율 물질은 기존에 보고된 DRAM 커패시터 중 가장 낮은 2.4?(머리카락 굵기의 1/10만분)의 SiO2(실리콘 산화물) 유효 두께만큼 얇은 층에 저장하는 것이 가능하다.
연구 과정에서 연구팀은 DRAM 메모리 기술을 잠재적으로 대체할 후보군으로 꼽히는 강유전체 메모리인 ‘FRAM 메모리’도 개발했다. 이 메모리는 현 DRAM 수준의 1V 이하의 낮은 전압에서도 비휘발성 정보 저장과 삭제가 가능해 에너지 효율성을 대폭 높여야 하는 차세대 메모리에 필수요소다.
연구팀은 NAND Flash 메모리의 한계를 극복할 하프니아 강유전체 기반의 차세대 메모리 기술을 개발하는 데도 성공했다. NAND Flash 메모리 역시 스마트폰, 컴퓨터, USB 등에서 주요 사용되며, 데이터를 저장하는 비휘발성 메모리로 분류된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그간 NAND Flash 메모리의 저장 용량을 늘리기 위해 여러 층을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기술을 발전시켜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물리적인 한계로 500층, 1000층 이상을 쌓는 데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이에 연구팀은 강유전체를 낸드 플래시 소재로 적용하는 방식을 연구해 소재 계면에 TiO2층이라는 얇은 층을 추가함으로써 1000단 이상의 수직 적층이 가능한 동시에 외부 환경의 간섭에도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기존 NAND Flash 기술에서 산화물 채널 기반의 메모리 소자가 데이터를 완전히 지울 수 없는 한계를 가진다는 점에 착안해 새로운 구조의 고성능 산화물 채널 기반의 NAND Flash 소자를 개발했다. 이 소자는 기존보다 많은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고, 데이터를 10년 이상 안정적으로 보존할 수 있는 특징을 가진다.
전상훈 KAIST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가 스케일링 이슈로 답보 상태에 빠진 메모리 반도체 기술개발에 돌파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향후에는 다양한 인공지능 컴퓨팅과 엣지 컴퓨팅 기술 상용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산업기술평가원(KEIT) 민관공동투자 반도체 고급인력양성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혁신연구센터(IRC) 지원사업, 삼성전자의 지원을 받아 삼성전자, 한양대와 협업해 수행됐다.
대전=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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