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채팅방서 만난 처음 본 여성
경찰, 정확한 범행 동기 조사할 방침
성탄절 당일 일면식 없는 또래 여학생을 잔혹하게 살해한 10대 남학생이 구속된 가운데, 시민단체들은 젠더폭력에 대한 강경 대응을 촉구하고 나섰다.
경남경찰청이 살인 혐의를 받는 10대 A군을 구속했다고 연합뉴스가 30일 보도했다. A군은 지난 25일 성탄절 당일 오후 8시50분께 경남 사천의 한 아파트 입구에서 또래 여학생에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 조사 결과 A군은 피해자 B양이 포함된 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단체 채팅방에서 4년 정도 대화를 하며 B양에 대해 알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 채팅방이었던 이곳에서 대화를 나누던 A군과 B양은 올해 초부터 다른 SNS를 통해 1대1 대화를 이어가며 친분을 쌓았다고 한다.
범행 당일 A군은 자신이 거주하던 강원도 원주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B양의 거주지를 찾았고, B양에게 "줄 것이 있다"며 불러내 범행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범행 이유에 대해 A군은 "피해자가 저를 대하는 태도가 4월부터 달라졌고, B양에게 남자친구가 생긴 것 같았다. (B양이) 다른 이성과 새로운 관계를 맺는 게 싫어서 범죄를 저지르고 나도 죽으려고 했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했다고 한다. 경찰은 A군에게 조력자는 따로 없었던 것으로 파악 중이다.
경찰은 둘 사이에 아무런 관계가 없는 점 등을 비롯해 A군의 범행 동기가 석연치 않다고 판단, A군에 대한 정신 병력 확인, 휴대전화 포렌식, 심리 면담 등을 통해 정확한 범행 동기를 밝힐 방침이다.
한편 사천여성회 등 부산여성회 등 전국 시민단체 126곳과 함께 이번 사건을 젠더폭력으로 규정하며, 정부에 엄정한 대응을 촉구하고 나섰다.
단체는 이날 사천경찰서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피해 여성에 대한 미안함과 참담함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가해자의 범죄 이유와 정신병력을 물을 필요도 없이 명백한 여성 살인 사건"이라며 "이러한 젠더폭력에 국가는 언제나 관심이 없었고 모르쇠로 일관해왔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여성들은 죽어가고 있으며 정부는 민중의 삶을 돌볼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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