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재 개발 생산성 증진했지만
가장 흥미로운 부분만 자동화해
상위-하위권 노동자 빈부격차도
인공지능(AI)이 신소재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의 작업 능률을 향상했지만, 대신 일하는 '보람'은 줄였다는 결과가 나와 관심이 쏠린다.
미 금융 전문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현지시간) 매사추세츠공대(MIT) 소속 박사과정 학생인 에이단 토너-로저스의 연구 결과에 대해 보도했다. 에이단은 최근 AI가 동료 과학자들의 연구개발(R&D) 작업에 미친 영향을 설문 조사해 분석했다. 설문은 MIT 재료과학자 1018명을 대상으로 했다. 이들은 과학, 공학 분야에 도움을 줄 신소재를 연구하는데, 최근 들어 신소재 분야는 AI 도구의 도움을 가장 많이 받는 과학 분야 중 하나로 알려졌다.
신소재는 새로운 화학 구조를 고안한 뒤, 해당 화학 구조를 가진 화합물을 만들어내 고유한 특질을 테스트함으로써 개발된다. 지금껏 수많은 신소재 화합물이 무수한 테스트와 시행착오를 거쳐 만들어졌다.
재료과학 AI는 이런 신소재 개발에 걸리는 기간을 단축한다. 과학자들은 AI 도구를 이용해 새로운 화합물에 필요한 특성을 먼저 지정한다. 이후 AI가 신소재 후보군 화학 구조 레시피를 내놓으면, 과학자들은 이 구조들을 일일이 테스트한다.
에이단은 "AI가 가장 흥미로운 점은 과학적 발견, 혁신을 가속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이런 점에선 엄청난 이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에이단 또한 2022년부터 MIT에 연구실을 차려 신소재를 개발해 왔는데, AI의 도움을 받아 수많은 무작위 화학 구조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실제 조사 결과, 1018명의 과학자는 AI 도구를 응답한 뒤 이전보다 44%는 더 많은 신소재 후보군을 발견했고, 특허 출원은 39% 증가했으며, 프로토타입 개발까지 이어진 건 17% 늘어났다고 한다. AI 도구를 이용하면 과학자들이 이전보다 훨씬 많은 신소재를 개발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에이단 또한 이런 결과에 "약간 놀랐다"며 "AI는 기껏해야 새 발견의 보조를 맞추거나 쓸모없는 데이터나 양산할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실험실 생산성에 훨씬 긍정적"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AI 도구에는 부정적 효과도 있었다. 다만 부정적 효과 또한 연구자들이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벌어졌다. 바로 직무에 대한 '흥미도'였다. 전체 응답자 10명 중 8명은 AI 도구 사용 후 "작업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졌다"고 응답했다. 신소재 개발에서 가장 흥미로운 작업은 새로운 화학식을 고안하고 실제 실험으로 옮기는 과정인데, 이 과정을 AI가 완전히 자동화했기 때문이다.
즉, AI는 지루한 작업의 수를 줄인 대신 과학자들이 가장 즐기는 작업만 대체한 셈이다. 한 과학자는 에이단에게 "대학 시절 받은 교육이 쓸모없게 느껴졌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또 AI 이용은 재능 있는 과학자와 그렇지 못한 과학자 사이의 빈부 격차도 심화했다. 상위 10%의 실적을 갖춘 과학자들은 AI가 제안한 화합물 중 가장 성공적인 레시피를 고르는 데 탁월했으며, 덕분에 작업 능률도 훨씬 높아졌다. 그러나 하위권에 속하는 과학자들은 거의 개선 효과를 볼 수 없었다. 이에 대해 에이단은 "어쩌면 사람들은 AI에 영원히 불만족을 느낄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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