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에 경기 흐름도 불안정
"韓경제는 시스템적으로 잘 운영"
대내외에 잘 알리는 게 유일한 방법
기러기 아빠의 시름이 커졌다. 환율에 민감한 해외 투자자들은 한국 주식을 줄기차게 팔고 있다. 환율은 그 나라 경제의 척도다.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보았던 1480원대 환율을 마주했다. 우리 경제 환경이 좋지 못한데, 원인을 분석해 본다.
첫째, 미국 달러인덱스의 추이다. 달러인덱스는 세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국 달러의 평균적인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다. 달러인덱스가 올라가면 원·달러 환율이 올라간다. 2022년 9~10월 달러인덱스가 113~114를 기록한 킹달러 시대의 원·달러 환율은 1450원을 살짝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달러인덱스가 108 수준인데 1480원에 이른 것은 계엄과 권한대행 탄핵 등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을 반영한 결과다.
둘째, 미국 3분기 경제성장률(연률)이 3.1%란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해 반해 올해 우리 경제의 성장률은 2.0~2.2%로 전망된다. 우리 경제 규모의 15배가 넘는 미국 경제성장률이 우리보다 높으니 원·달러 환율이 상승한다. 유럽, 중국 등 다른 나라의 성장률이 낮은 것도 강달러 현상에 한몫한다.
셋째, 수출 증가율이 지난 7월 정점을 찍고 매달 내려오고 있다. 최근 미국 메모리반도체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다음 분기 가이던스가 시장 전망을 하회할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던 반도체 수출에도 기댈 여지가 크지 않다. 수출과 내수가 모두 힘든 상황이고 내년 경제 성장률이 올해보다 못하니 원·달러 환율이 좋을 리 만무하다.
넷째, 한미 간 금리차도 문제다. 올해 미국이 금리를 1%포인트 내렸지만 2025년은 올해만큼 금리인하 기조를 유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많아야 두 번이고 그것도 신정부의 정책으로 물가가 오르면 불투명하다. 내년 금리 인하 횟수를 줄여 매파적으로 돌변한 연방준비제도(Fed) 때문인지 미국 장기 국채금리가 4.6%로 상승했다. 우리나라는 내수 경기가 안 좋아 내년 금리를 여러 차례 추가 인하할 상황이다. 우리나라 기준금리(3.0%)는 세 번 연속 금리 인하를 한 유럽은행(ECB)의 기준금리(3.25%)보다 낮다. 미국보다 물가가 더 올라 걱정인 일본은행은 3월까지 추가 금리 인상을 미룰 가능성이 커졌다. 엔화 강세에 따른 엔 캐리트레이드 청산 1월 가능성은 당장은 커 보이지 않는다. 통상 일본의 금리 인상은 우리 원·달러 환율 하락을 유도한다.
지난 12월 3일(1402.9원) 비상계엄 선포 이후 환율이 80원가량 올랐다. 이전 사례는 어떠했을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는 1160원대였던 환율이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1200원대로 뛴 후 빨리 1100원대로 내려갔다. 노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때는 헌법재판소의 탄핵소추안 기각 전후로 환율이 1180원대로 오름세를 보이다 점차 안정을 찾았다. 지금의 국제 경제 환경은 우리나라에 우호적이지 않다. Fed가 금리 인하 속도 조절에 나서면서 중장기적으로 달러 가치가 높은 수준에서 유지할 가능성이 커졌다. 앞으로 원·달러 환율이 쉽게 떨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환율’과 ‘경기’ 흐름을 두고 한국은행 내부에서 치열한 논쟁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기업의 외화대출 만기 연장 지원, 금융회사의 선물환포지션 한도 상향, 외화대출 용도 제한 완화 등의 대책이 차질 없이 진행돼야 한다. 당분간 통화정책보다 재정정책이 경기부양을 위해 중요하다. 우리 경제의 대외신인도에 차질을 빚어서는 안 되며 우리 경제가 시스템적으로 잘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게 유일한 방법이다.
조원경 UNIST 교수·글로벌산학협력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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