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혁신성장 유형 벤처 감소
높은 환율·미국 금리 변수에 투자 위축 예상
올해 하반기 벤처 시장은 신규 투자액이 늘어났지만, 업력이 긴 기업에만 돈이 몰리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뚜렷했다. 또 연구개발과 혁신성장 유형 벤처기업 수가 큰 폭으로 감소했다. 벤처 시장의 성장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0일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의 중소기업 동향 2024년도 12월호를 보면 올해 11월 벤처기업 수는 3만8119개로 전월 대비 377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연구개발(-169개)과 혁신성장(-198개) 유형의 감소 비중이 컸다.
벤처기업은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따라 ▲벤처투자 ▲연구개발 ▲혁신성장 ▲예비벤처 등의 유형으로 구분한다. 연구개발 유형은 이름 그대로 연구개발(R&D)에 많은 투자를 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상용화해 국가 기술력 향상에 기여하는 기업이다. 혁신성장은 기술 혁신성과 사업 성장성이 평가를 받는 기업이다. 두 유형의 벤처기업이 성장할수록 전체 벤처시장은 물론 국가 경쟁력도 높아지는 것으로 평가한다.
연구개발과 혁신성장 기업의 감소는 신규투자액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 1~3분기 벤처투자 규모는 8조580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1.3% 증가했다.
전체 벤처 투자는 늘었지만, 업력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업력 5년 초과의 기업에 대한 투자는 1년 전보다 27.4% 늘었다. 업력 3년 이상 7년 이하의 기업이 확보한 투자금은 같은 기간 19.5% 증가했다. 반면 창업 3년 이하의 기업에 대한 투자는 전년 대비 24.8% 감소했다.
연구개발과 혁신성장 유형의 상당수 기업은 창업 3년 이하의 스타트업으로, 투자를 받아 성과를 내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하지만 경기 불황이 길어지자 많은 투자금이 당장의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기업으로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내년 벤처 시장 전망도 밝지 않다. 올해 3분기까지 벤처투자 신규결성액은 4조 387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02억원(4.0%) 증가했다. 하지만 신규결성액 증가 폭은 1분기 143.3%에서 2분기 20.3%, 3분기 4%로 크게 줄었다. 4분기도 신규결성액은 감소세를 이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대내외 악재도 문제다. 탄핵정국 속 국내 정치 불안에 원달러환율은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470원을 넘어섰다. 1500원을 넘어설 거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미국이 중앙은행(Fed)이 지난 18일 올해 마지막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를 통해 내년 기준금리를 두 번만 내리겠다고 발표한 것도 변수다.
벤처 업계 관계자는 "환율이 치솟고, 미국의 기준금리가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면 벤처 투자금 확보가 올해보다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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