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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좋아하니까" 동물원에 15억원 쾌척하고 떠난 70대 할머니 [일본人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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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고야 히가시야마 동물원에 유산 기부한 70대 여성 화제
이름 등 공개 없이 "아이들을 기쁘게 하는데 써달라" 밝혀
생 마지막 준비하는 '종활'…유산 기부 문화 확산 중

연말연시 앞두고 일본에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최근 미담 하나가 공유되고 있습니다. 나고야 히가시야마 동물원의 소식인데요. 우리나라도 한 때 푸바오 등 판다와 레시, 레몬이 등 레서판다가 인기를 끌었었죠. 일본에서도 통통한 레서판다들은 아이들에게도 인기가 많은데요. 이 뒤에는 한 할머니의 기부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오늘은 이름도 성도 공개되지 않은, 이제는 돌아가신 나고야의 70세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최근 일본 X(옛 트위터)에서는 나고야 히가시야마 동물원 레서판다 우리 앞의 팻말이 화제가 됐습니다. 우리 앞에 놓인 이 팻말에는 '이 레서판다 우리는 아이들을 기쁘게 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고인의 기부로 정비됐습니다'라는 내용이 쓰여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니까" 동물원에 15억원 쾌척하고 떠난 70대 할머니 [일본人사이드] 일본 나고야 히가시야마 동물원 래서판다 우리에 놓여진 팻말. 이 랫서판다우리는 '아이들이 행복해할 수 있는 것에 역할을 다하고 싶습니다'는 고인의 기부로 정비됐습니다'라고 쓰여있다. 히가시야마 동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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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일본 언론에서도 전후 사정을 들여다보기 위한 취재가 시작됐는데요. 그도 그럴 것이 원래 히가시야마 동물원에서는 1982년 레서판다 한 마리가 사망한 이후 더 이상 레서판다를 키우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우리를 재정비하고 레서판다가 살기 좋은 환경을 마련하는 등의 노력에 거쳐 39년 만에 일반인에게 레서판다 네 마리를 일반인에게 재공개했기 때문이죠.


히가시야마 동물원 측에서는 이는 기부 덕분에 이뤄진 일이라고 밝혔습니다. 기부자에 대한 성과 이름 등 정보는 모두 철저히 비밀에 부쳤는데요. 나고야시에 거주하는 70세 할머니가 2016년 돌아가시기 전 유언으로 자신의 재산을 동물원에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이 덕분에 레서판다 우리를 다시 만들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유언을 남기고 할머니는 향년 70세 나이로 별세하셨다는데요. 동물원 관계자는 "우리 동물원에 굉장히 애착이 컸던 분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유언으로 남겼고 고인의 뜻을 받들기로 결정했다"고 일본 언론에 전했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니까" 동물원에 15억원 쾌척하고 떠난 70대 할머니 [일본人사이드] 1982년 당시 히가시야마 동물원의 레서판다 모습. 히가시야마 동물원.

고인이 남긴 유언은 아이들이 동물원에 오면 행복해하는 것을 봤기 때문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물들을 기르는 데 써달라는 것이었다고 해요. 그렇게 남긴 돈은 1억7000만엔으로 우리 돈 15억원에 달하는 금액이었습니다. 동물원은 레서판다를 다시 돌볼 수 있도록 우리를 조성하는데 2억8600만엔(26억8270만원)을 들였는데, 여기에 1억7000만엔이라는 기부금을 고스란히 사용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팻말까지 만들어서 정말 알려지는 것도 원치 않고 조용히 기부만 하고 떠난 고인을 기리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것이 최근 화제가 되면서 연말 미담으로 떠오르게 됐습니다.


사실 우리나라보다 저출산과 고령화가 오래 진행된 일본에서는 상속 등의 절차를 개시할 자녀가 없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기부가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상속인 부존재'로 일본 국고에 납부되는 유산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도 있었는데요. 실제로 일본 대법원에 따르면 상속인 부존재로 국고로 귀속되는 자산이 2022년 768억엔(7205억원)으로 2013년대비 약 2.3배 증가했다고 합니다. 또 법정 상속인과의 관계도 소원해 사후 재산 처리를 맡기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고 해요.

"아이들이 좋아하니까" 동물원에 15억원 쾌척하고 떠난 70대 할머니 [일본人사이드] 히가시야마 동물원의 래서판다. 히가시야마 동물원.

이 때문에 일본에서는 최근 동물원에 유산을 기부한 할머니처럼 '유증기부(遺贈寄付)'를 하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가족 등의 관계가 있는 사람이 아니라 비영리재단이나 복지단체, 재단 등 본인이 원하는 제3자에게 기부하는 형태를 일컫는데, 기부는 돌아가시고 난 사후에 이뤄지기 때문에 연금에 의지해 생활하는 사람이라도 당장 사는 동안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합니다. 일본에서는 '어떻게 생의 마지막을 보낼 것인가'를 고민하는 '종활(終活)'에 대한 관심이 높기 때문에, 고령자들뿐만 아니라 50대 중장년층에서도 최근 유증기부에 대한 상담이 늘어났다고 합니다. 2020년의 일본에서의 유증 기부 총액은 397억엔(3724억원)에 달할 정도라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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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야마 동물원의 기부자는 실제 자식이 있었는지 어땠는지 추가적인 정보는 비공개됐으나, 이번 기부를 시작으로 동물원에는 본인도 아이들을 위해 유산을 쓰고 싶다는 문의가 부쩍 늘었다고 해요. 그리고 대규모 기부금을 잘 쓰기 위해서 동물원에서도 '생명을 잇는 기금'을 설립해 뜻을 기릴 수 있게 됐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생의 마지막을 준비하면서 생을 시작한 아이들을 위해 유산을 기부했다는 뜻은 기억에 오래도록 남을 것 같습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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