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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텀하우스 좌담]"정치자금, 회계 투명성 확보해야 정치문화도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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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술한 국회의원 회계보고서, 대의민주주의 신뢰도 떨어뜨려
실시간 지출 내역 공개 등 투명성 확보 방안 찾아야
돈 잘못 쓰면→공천 탈락…정치 문화 변화 절실
임기말 의원들 인센티브·크레딧 도입 등 대안 모색해야

편집자주아시아경제는 기획 시리즈 <줄줄 새는 후원금>을 통해 임기 말 국회의원의 정치자금 사용 실태를 보도했다. 국민 눈높이에 맞춰 남은 정치자금을 집행하는 의원들도 있었지만, 규정이 모호하고 허술한 회계보고서 검증 기준을 악용해 쌈짓돈처럼 지출하는 경우도 있었다. 기획 기사 후속으로 아시아경제는 ‘정치자금 운용 실태와 제도 보완’이라는 주제로 채텀하우스 좌담회를 열었다. 후원금에서 더 확대해 국회의원 정치자금의 투명성 확보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좌담회에는 유성진 이화여자대학교 스크랜튼학부 교수,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 이창술 용인시기흥구선거관리위원회 사무국장('정치자금법 이해' 저자), 장혜영 전 국회의원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정치자금 회계의 불투명성과 관리 문제를 놓고 의견을 나눴다. 실시간으로 지출 내역을 볼 수 있도록 하는 등 국회의원이 공정하게 정치자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과 정치 문화가 함께 변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아울러 투명한 정치자금 집행이 다음 선거에서 투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방안들도 제시됐다. 좌담회는 참석자 명단을 공개하되 각 토론자의 발언은 익명 처리하는 채텀하우스 룰을 따랐다.

사회= 소종섭 정치사회매니징 에디터


[채텀하우스 좌담]"정치자금, 회계 투명성 확보해야 정치문화도 바뀐다" 지난 26일 서울 중구 아시아경제에서 열린 채텀하우스 좌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이 정치자금의 투명성과 관련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장혜영 전 의원, 유성진 이화여자대학교 스크랜튼학부 교수, 소종섭 정치사회매니징 에디터, 이창술 용인시기흥구선거관리위원회 사무국장,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 사진=윤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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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의 정치 활동에 쓰이는 정치자금 지출, 무엇이 가장 문제일까.

A: 국회의원 정치자금 관련 회계가 너무 허술하다. 작성 규범이 명확하지 않고, 검증에서도 명확지 않은, 그래서 국회의원 입장에서는 편하게 돼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법인 회계는 굉장히 기준이 까다롭다. 규정도 촘촘하고, 그리고 그 보고서가 공개되기 때문에 기업을 평가할 때 굉장히 중요한 기준들이 된다. 그러나 국회의원 회계보고서는 선거관리위원회 차원에서 관리하고 있지만, 아주 세부적인 규정 지침들을 내려주지 않고 있다 보니 의원별로 스타일이 굉장히 다르다. 하다못해 간담회 하나를 하더라도 그 간담회에 대해서 어떤 방식으로 정치자금을 집행했는지에 대해서 '퉁 쳐서' 간단하게 적는 의원실도 있지만, 엄청 상세하게 적는 의원실도 있는 것처럼 천차만별이다. 이런 다양성이 가능한 것 자체가 얼마나 허술하게 구성돼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자의성을 많이 행사할 수 있다는 의미다.


공익 감사를 받아야 한다는 최소한의 법적인 규정도 없으니까 선관위 차원에서 보는 것에 그친다. 정치자금 관련 회계보고서를 시민단체 혹은 언론이 기획보도로 다루지 않으면 시민들이 얼마나 방만하게 운영했는지, 허술하게 했는지 볼 수가 없다. 정치자금을 어느 선에서 쓸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다선 의원들이나 경험이 많은 보좌진들은 알고 있다. 특히 원내 정치인들의 정치자금은 문제를 파악할 수 없는 회계가 될 수 있다. 지하 세계가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이고, 그 지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포착할 수 있는 수단도 없다. 진짜로 나쁜 일들이 어떤 방식으로 일어나는지, 불법 정치자금이 어떤 방식으로 집행되는지, 규모는 얼마인지, 이런 것을 알 수가 없다.


B: 정치자금 규정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일일이 규정을 다 따르자면, 오히려 이게 맞는 건지 틀린 건지 모르는 혼란스러운 상황이 있을 수 있다. 이것보다 더 큰 문제는 유권자가 알 수 있는 길이 없다는 점이다. 정치자금을 정치인들이 어디 어디에 쓰는데, 이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나 공개성이 굉장히 미약하다. 정치자금의 수입과 지출이 법률적으로 정해진 틀이 있지만, 이것이 잘 안 지켜지는 이유는 유권자들이 이에 대해 알 길이 없고 일일이 찾아서 확인하는 것도 굉장히 고된 일이기 때문이다. 접근성과 공개성이 매우 큰 제약이기 때문에 실제로 법이 제대로 안 지켜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는 것이다. 많은 정치자금 연구학자들이 수도 없이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얘기했지만, 고쳐지지 않고 있다. 심지어 선관위에서도 개정 의견을 계속 냈다. 그런데 국회에서 안 고친다. 말 그대로 블랙박스처럼 돼 버린다. 유권자의 알 권리를 굉장히 침해하게 되고, 리포트가 된다 한들 믿을 수도 없고 확인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정보로서의 가치도 별로 크지 않게 되기 때문에 보고하는 과정 자체도 굉장히 허술해질 수밖에 없다.


C: 선관위로서는 굉장한 딜레마다. 정치자금법 회계 작성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사실은 정치자금은 말 그대로 정치자금이다. 법 자체에 무엇이 정치자금이라는 적용 규정이 없다. 판례를 통해 해석하는 것이다. 단순히 '의정입법활동비가 정치자금이다' 이렇게 정의하면 상관없겠지만, 정치 활동이라는 본질이 너무 크다. 제도와 실제적인 운영화 문제가 있겠지만, 정치자금법은 규제법이란 인식이 많은데 조성법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치자금법이 과거에는 밀실, 정치적 부패 영역에서 있었기 때문에 정치적인 검은돈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정치자금법 목적에서 보듯 정치자금은 적정한 제공을 보장해야 한다.


그다음에 투명성이다. 후원회를 갖는 국회의원의 경우 회계보고서의 투명성이 많이 보장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어떻게 보면 보고를 하는 금액 자체가 생각보다 많지 않은데, 정치 활동을 하는 사람 중에서 후원회가 아닌 자산으로 하는 경우에는 이를 규제할 수 있는 법적 장치도 없다. 선거가 임박하지 않은 시점에서 개인적 돈을 갖고 정치 활동을 한다고 해서 선관위에 회계 보고를 한다든지 하는 의무 규정이 없다. 정치자금을 보면 비대칭성이 좀 많다. 조달 부분에 있어서 유연한 접근이 좀 있어야 할 것 같다. 자본주의 하 민주주의라고 한다면 재정적 후원은 투표처럼 자연스러운 의사 표시다. 이런 문화가 자연스럽게 형성돼야 하는데 과거 '차떼기' 인식 때문에 현장에서도 부정적으로 본다. 이런 인식이 개선되면 좋겠다.


[채텀하우스 좌담]"정치자금, 회계 투명성 확보해야 정치문화도 바뀐다" 장혜영 전 의원. 사진=윤동주 기자


D: 2004년도 이른바 '오세훈법(정치자금법·정당법·공직선거법개정안, 지구당 폐지와 법인의 정치후원 원천금지 내용이 핵심)'을 통과시켜 강하게 한번 입구를 막아보자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입법 활동을 위해서는 돈이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사회적으로 용인하는 것이 좀 필요한 때가 됐다. 회계 투명성이 결국은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신뢰도와 같이 맞물려 있다. 굉장히 강력할 정도로 처벌이 강해야 한다.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약칭 청탁금지법)'만큼이나 처벌이 강해야 하는데 인정적인 요소가 너무 많다. 업그레이드를 해야 하는데 원칙은 없는 반면 재량권이 너무 많다.


그리고 정치자금에 대해 효과분석을 해본 적이 없다. 이 돈이 어디로 가서 어떻게 쓰이고 그래서 이 돈이 얼마나 잘 쓰였는지에 대한 분석이 없다. 또 투명성도 굉장히 떨어지고 전문 인력도 없다. 정치자금을 보다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이게 통치자금인지 쌈짓돈인지 입법활동지원비인지 다 혼동되다 보니까 대부분 쌈짓돈처럼 쓰는 것들로 계산을 하고 있다. 입법활동비라고 좀 더 명확해지면 회계를 체계적으로 정리를 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면서 항목들을 개정해나가면 좋을 것 같다. 오세훈법은 기업 회계 쪽을 많이 따라간 측면이 있다. 돈의 성격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사석에서 일부 의원들은 '오늘도 교도소 담장을 걷고 있다'고 말한다. 걸리면 끝나는 것이고, 안 걸리면 굉장히 따뜻하게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감시하는 사람도 그럴 것을 알고 있고, 쓰는 사람도 알고 있고, 암묵적으로 이뤄진다.


회계보고서의 수시 공개, 일반인들의 접근이 가능하게 하는 등 정치자금 투명성을 통한 건전한 문화 조성이 필요한 것 같다. 그러나 아직은 시간이 좀 더 필요한 것은 아닌가.

C: 조성이 되려면 전제 조건은 투명성이다. 개인 카드는 실시간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국회의원 후원회는 자기의 계좌 내용을 신고한다. 시차가 너무 크다. 결과적으로 계좌를 통해서 지출한 내용을 회계보고서에 쓰게 된다. 회계보고서는 보통 1년 아니면 선거 끝나고 30일 이내에 제출하게 된다. 시차가 크니까 기록을 역으로 찾아가는 식으로 작성을 하게 된다. 실시간 공개가 가능하게 하거나 회계 보고 기간을 한 달로 끊어서 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회계 보고 기간이 단축되면 나중에 영수증 처리를 사후적으로 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한다.


A: 정당의 역할에 대한 얘기를 첨언하고 싶다. 우리나라는 국고로 정당을 지원하는 제도를 택하고 있는데,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서 세금을 걷어서 정당을 지원한다면 정당이 회계의 투명성을 담보하는 책임도 같이 따라가야 한다고 생각을 하지만 그런 규정은 없다. 단순히 회계 책임자에게 맡길 것이 아니라 당원들이 보기에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는 일종의 내적인 기준이 있었어야 한다. 문화적으로 우리가 훌륭한 조직이라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일을 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매표 행위가 존재했기 때문에 정치자금법이 규제법이긴 하지만, 돈으로 표를 살 수 있는 것은 제대로 된 민주주의는 아니니까 그렇게 못하도록 허들을 만들어 두고, 형식을 갖춘다는 차원에서 이해하고 있다.


다만, 조달을 촉진한다는 측면에서는 여성발전기금이나 청년, 장애인, 이런 목적으로 정당이 받는 돈이 있다. 어떻게 써야 정치적으로 유의미한 행위일까 종합적인 판단 속에서 지출하는 것인데 돈을 투명하게 쓰는 편이 정치적으로 나에게 이득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구조가 돼야 한다. 지역구 소선거구제 제도를 운용은 하고 있지만 사실상 비례대표제나 다름없어지고 있다. 인물이 아니라 어느 정당에서 공천한 후보가 지역구에서 국민들의 선택에도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친다. 때문에 그런 만큼 정당 차원에서 문제의 투명성을 해결할 수 있는 문화적인 노력과 제도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런데 늘 법을 만드는 사람들이 국회의원들이라서 고양이 목에 방울을 누가 달 거냐 하는 문제가 된다. 이 부분에 있어서 언론이나 학계, 시민사회 쪽에서 다양한 요구들이 분출하고 있으니까 정치자금 문제에 대한 공론이 더 커질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정치 개혁과 관련이 깊은 문제인데, 국회 차원에서 정치자금의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이런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작은 것 같다.

D: 개인 보좌관 제도하에서는 불가능하다. 미국처럼 입법 활동에 따라서 자금이나 인력이 충원되는 것이 아니다 보니 의회 차원에서 목소리를 내기는 어렵다. 시민사회에서는 2000년대 초반부터 전자화와 상시화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300명 국회의원 중에 이를 충실히 따르면 낙선하지 않을 의원이 있을까 하는 만큼 정치자금법이 현실에 좀 맞지 않는 부분도 있다. 정치자금을 업무추진비 정도로 이해를 하니까 벌어지는 일이다. 입법활동지원을 위한 돈이라는 점을 분명히 얘기하고 여기서부터 다시 설계해나가야 한다.


또 정당에 지원금을 줄 때 여러 가지 조건을 건다. 앞서 말한 했듯 여성, 장애인, 청년 등. 보조금 같은 경우엔 충분히 유도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사용에 대한 합의가 안 됐다는 거다. 이제는 투트랙으로 논의를 해야 한다. 오세훈법이 통과되면서 검은돈을 없애는 데 기여를 했다면, 이제 그다음 스텝에 관해서 이야기해야 할 때가 됐다. 회계 투명성이 확보돼야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국민적 신뢰도 높아지지 않을까.


[채텀하우스 좌담]"정치자금, 회계 투명성 확보해야 정치문화도 바뀐다" 유성진 이화여자대학교 스크랜튼학부 교수. 사진=윤동주 기자


C: 추가로 보완하자면, 후원금이 있고 국가가 주는 보조금이 있다. 보조금의 경우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지만, 보조금 같은 경우에도 동일하게 수익지출 통장에서 회계상으로 처리를 할 뿐이지 자금 흐름에 대해서는 이뤄지지 않는다. 예를 들어 여성발전기금을 지급하면서 얼마를 쓰라고 하는 인센티브 형식의 보조금 제도를 다양하게 확충하고 있다. 그런데 현장에서 실무적으로 보면 여성의 정치 활동이 무엇이냐 하면 대체로 인건비라고 한다. 많은 정당이 여성 활동비를 인건비 차원으로 지출한다. 그런 경우 인건비가 사실은 여성 정치 활동인가 라고는 볼 수도 있고 안 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를 어떻게 집행하느냐에 대한 해석을 두고서는 상당한 딜레마가 있는 상황이다. 그 때문에 국가 기관에서 규제한다기보다는 시민단체, 언론들이 정보를 알리고 보도를 통해서 많이 알려야 한다. 그래서 다음 선거 때 법 위반이 아니다 하더라도 의원이 쓴 것에 대해 내가 다시 심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단순히 경찰 수사만 하는 경우에는 오히려 정치자금에 대한 위축이 될 수 있다. 상당한 경계선에 있다 보니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


B: 정치인 개인이 모금해서 쓰는 후원금과 정당에 주는 국고보조금을 구분해야 한다는 점은 명확하다. 정당에 주는 국고보조금은 나름대로 규제를 받아야 한다는 건 맞을 것 같다. 자산이 있는 사람들만 정치를 하면 안 되니까 정치자금 중 개인 후원금 모금은 형평성 측면에서 제도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그것을 규제해야 한다고 보는 것은 문제다. 정치자금에 대한 공적 규제를 가하는 국가는 사실 많지 않다. 입법 활동이라는 것이 굉장히 모호하고 법을 만드는 행위만이 국회의원이 하는 행동이 아니다. 매우 많은 정치 활동이 있는데 입법 활동으로만 국한해 버리면 개념이 모호해진다. 지역구 관리도 해야 하지 않나. 이런 용도에서 후원금을 쓸 수 있는 용도가 되는 것이 맞다. 그런데 지금은 일일이 공적인 규제를 가하다 보니 정의도 모호하고 제대로 실행하기 어려운 차원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정치 자금을 공적인 규제 대상이라고 보기보다는 공개하는 것이다. 공개해서 유권자들이 우리 지역 국회의원들이 무엇을 어떻게 후원금을 모금해서 썼는지를 확인할 수 있게끔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영국과 미국은 실시간으로 다 볼 수 있게 돼 있다. 선관위 사이트 등에서 정보를 다 제공하기도 한다. 미국은 정치자금 부분만 모아서 공개하는 사이트가 있다. 국회의원 혹은 정치인 스스로가 후원금을 깨끗하게 쓸 수 있는 동기 부여를 해줘야 한다. 유권자들이 다 들여다보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깨끗하게 안 쓸 수가 없다. 그리고 유권자들이 그 정보를 갖고 선거에 나서서 판단의 기준으로 삼게 된다면 깨끗하게 쓸 수밖에 없다. 지금은 선거가 끝나고 나서야 어디에 썼는지 공개를 하게 돼 있다. 굉장히 이상한 것이다. 일상적으로 공개를 해야 한다는 말인데, 기술적으로 어려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하지 않고 있다. 정치자금 관련 회계자료 열람 기간을 3개월로 제한한 것은 너무 짧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있었는데, 국회는 이를 6개월로 연장하는 데 그쳤다. 유권자들의 알 권리를 제약하니 접근성과 공개성을 강화하라는 차원이었는데 6개월로 늘려버리기만 했다.


C: 이제는 스마트폰으로 모든 것이 가능한 세상이 돼야 한다고 본다. 정치자금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선관위도 수입 지출을 상시로 인터넷에 공개해야 한다는 입법 개정안을 계속 냈다. 실시간으로 하자는 것인데, 문제는 정치자금법 42조 조항(회계보고서 등의 열람 및 사본 교부)의 문턱이 너무 복잡하다. 법적으로 공개라고 하면 열람도 있고 사본도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사본 중에서 영수증 증빙 자료, 예금통장 등은 사본을 못 보게 돼 있다. 정보 공개를 하더라도 내용만 볼 뿐이다. 그리고 전부 PDF 파일로 돼 있어서 보기가 어렵다. 선관위는 자료가 들어오면 전부 변환 작업을 한다. 미국 같은 경우엔 바로 전자 파일로 보기 때문에 시간과 공간에 대한 행정 비용이 들지 않는다. 국민들도 편하게 바로 볼 수 있다. 그런 시스템으로 갔어야 하는데 지난번 위헌 결정 때 6개월 연장으로 개정돼 아쉬운 측면이 있다.


D: 정치적인 시민 의식도 좀 바뀌어야 한다. 영국이나 미국에서 후원금 공개가 잘 되는 이유는 우리나라 여론조사만큼이나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이걸 공개해서 선거에서 자꾸 마이너스가 된다고 하면 국회의원들도 볼 것 같다. 지표를 갖고 평가를 해서 공개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느 기관에서 일상적으로 공개를 하면 결국 데이터가 쌓이고 영향을 주게 되면 법 개정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보좌관들도 열심히 하려고 하는데 선행 사례가 없어서 힘들다고들 한다. 60년 가까이 잘못된 것을 하루아침에 잘 될 수는 없을 것이다. 회계 투명성에 대한 평가 등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채텀하우스 좌담]"정치자금, 회계 투명성 확보해야 정치문화도 바뀐다" 이창술 용인시기흥구선거관리위원회 사무국장. 사진=윤동주 기자


임기 말 남은 후원금은 어떻게 쓰는 것이 좋을까.

A: 진보 정당에 속해 있는 것 자체가 문화적으로 규제를 받는 것이다. 보좌진들이 당원이기 때문에 이상한 짓을 하면 보좌진들에게서 소문이 먼저 난다. 그래서 회계 투명성과 감시의 눈이라고 하는 것이 충분히 잘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딴생각을 할 수가 없다. 다만, 당선자와 낙선자의 차이가 매우 크다. 선거가 끝나고 나서 당선자인 경우 이후에 계속 어떻게 해나갈지에 대한 고민 속에서 집행할 텐데 낙선하면 무책임하게 쓰는 경우가 많기는 한 것 같다. 또 보좌진들 입장에서는 고생한 것이 맞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든 위로의 보상을 줘야 한다는 인지상정인 측면이 있다. 물론 과도하게 되는 부분들이 있어서 문제라고 생각한다. 정당과 개인은 좀 분리해야 된다고 말씀은 하셨지만, 그 주머니가 그 주머니에 가깝다는 생각도 한다. 임기 중에도 후원금에 대한 견제 장치가 없는데 끝나고 나서는 진짜 알아서 나눠 갖는 사람이 있고, 세탁 과정을 거쳐서 불법 정치자금으로 하는 문화도 있다. 정당에 귀속시킨다고 하면 현실적이지 않다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었다.


D: 현실을 냉정하게 봐야 해법이 나올 것 같다. 정상적으로 들어오는 돈들도 이중장부를 쓸 수밖에 없는 정치 활동을 하고 있는데, 이를 온라인에다가 바로 공개한다고 하면 의원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사람은 당장에 없을 것이다. 지금 상황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오세훈법을 업그레이드해서 정치자금을 이용해 제대로 된 정치 활동을 유도할 수 있는 논의가 이뤄져야 하는 시점이다.


A: 정치후원금을 세액공제하는데, 이게 불평등하다 봤다. 공제받을 세액이 있어야 의미가 있는 제도이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할 거면 ‘크레딧’을 주자고 했다. 투표권 있는 국민들한테 어차피 돌려주는 세금이라면 우리가 촉진하자고 만든 제도이니까 10만원 정치후원금을 줄 수 있게 아예 크레딧으로 만들어서 투표권을 행사하듯 정치 행위를 후원하면 사람들이 조금 더 관심을 갖게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 대신에 그렇게 구성되는 후원회부터는 완전히 다른 공개 방식을 도입하면 어떨. 지금 당장 모든 것을 한 번에 갈아엎을 수는 없겠지만, 정치를 시작하는 레벨이 있는 사람들부터 파일럿 형식으로 도입해보면 어떨까 싶다. 문화적으로 다른 단층이 필요하다.


C: 낙선자는 정치자금을 어떻게 쓰든 간에 인센티브가 없다. 공천을 못 받거나 낙선한 사람들은 두 달 정도 남은 임기 동안 현직 의원들과 달리 유인책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 정치 활동으로 쓰기도 어렵고, 그것을 정당화하자니 좀 애매하니까 과거에 정치 활동 시 자산으로 썼던 것을 공제하거나 다른 동료 의원들에게 기부하는 식으로 사용한다. 그래서 낙선 의원들도 현역과 비슷하게 낙선된다고 하더라도 향후 정치 활동을 하고 입증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그 자금을 갖고 회계의 투명성만 계속 보장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내부 고발 자체가 현재를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제도적인 측면에서 보면 공직선거법은 자수자 특례 조항이 있다. 그런데 정치자금법엔 그것이 없다. 자수자 특례 조항이 신설된다는 점을 선관위 차원에서도 여러 번 요청했다. 또 국회의원과 지방의원을 포함해 회계 책임자, 정당 당원 등은 정치자금법이나 공직선거법 교육을 청탁금지법 교육이 필수인 것처럼 필수적으로 받으면 좋을 것 같다.


[채텀하우스 좌담]"정치자금, 회계 투명성 확보해야 정치문화도 바뀐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 사진=윤동주 기자

A: 지금 있는 제도의 성과 평가를 어떻게 할 것인가는 되게 중요한 일인 것 같다. 그리고 두 번째는 결국에는 문화적 문제인데, 돈을 잘못 쓰면 공천을 못 받는다는, 학습이 돼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어떤 규제를 만들어도 해킹 불가능한 규제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우회론이 많을 것이다. 이렇게 비판은 있는데 매번 우회를 통해서 편법이 계속되면 사람들은 이거 원래 그런 거구나 하고 포기를 하게 된다. 그렇지 않을 수 있도록 완전히 새로운 문화적인 정치 자금 회계를 경험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볼 수 있을 것 같다. 또 윤석열 정부에서는 노동조합과 시민단체 중심으로 회계 투명성에 문제를 제기했는데, 종교와 사학의 부정한 회계도 들여다보면서 국민 전체 차원에서 공적인 목적을 갖고 운영되는 법인이나 단체들은 회계 투명성이 이렇게 중요하다는 인식을 같이 올라오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B: 정치자금 중에서도 후원금은 정치 활동의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한다. 이게 없으면 사실은 돈 있는 사람만 정치하는 상황이 된다. 후원금 문화가 사실은 조금 더 폭넓게 만들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데 여기에 대해서 공적인 규제를 가한다는 것은 규제가 정책을 피해 갈 수 있는 우회로가 항상 생긴다. 그래서 정치자금의 내역이라고 하는 것은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 올리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에는 유권자들이 들여다보고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되면, 사실 유권자들은 무슨 법을 만들었고 이런 것보다는 후원금을 어떻게 썼는지를 더 높이 칠 것 같다. 국회가 민의의 기관이고, 국민이랑 가장 가까운 기관이기 때문에 일종의 시범으로, 모범 사례로 해서 점점 퍼트리는 작업이 필요해 보인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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