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충실의무 여야 신경전
이재명 대표가 토론회 좌장 맡아
“적정한 합의에 이를 수 있을 것”
더불어민주당은 19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상법 개정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재명 대표가 직접 좌장으로 나선 이번 토론회는 시장 신뢰를 높일 상법 개정안을 마련하기 위해 경제계와 투자자 측의 의견을 듣고 소액 주주 보호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로 마련됐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정책토론회에서 좌장을 맡아 "서로 입장이 다를 수 있지만, 합리적인 선을 지키며 적정한 합의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 다루는 주제가 매우 어려운 사안이지만, 결국 결정을 내려야 하며 민주당이 상당한 책임을 져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며 "오늘 의견을 잘 듣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에 도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가 직접 토론회를 진행한 데 대해 지난달 민주당이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와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한 이후 국회 처리를 위한 본격적인 여론전에 돌입한 것으로 해석된다.
토론회에는 경영진 측과 투자자 측이 각각 7명씩 토론자로 나섰다. 경영진 측에서는 박일준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정영준 심팩 CFO(최고재무책임자), 이형희 SK스펙스 커뮤니케이션위원장, 김동욱 현대차 부사장, 정우용 한국상장사협의회 정책부회장 등이 참여했고 투자자 측에서는 명한석 참여연대 실행위원과 윤태준 주주행동 플랫폼 액트 연구소장, 이창민 한양대 교수 등이 나섰다.
경영진 측은 상법 개정안에 대해 기업 경쟁력을 해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박일준 부회장은 "기업의 본질적 가치를 올리는 것이 근본적인 해법"이라며 "규제보다는 선제적인 산업 경쟁력을 통해서 노력하는 것이 주주를 보호하면서 기업과 주식시장을 더 건강하게 만드는 방법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자본시장법은 500개 정도 회사가 적용되지만, 상법은 100만 개 이상 비상장기업까지 적용돼 중견·중소기업들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며 "상법 개정보다는 합병·분할 등 사례에 '핀셋 규제'를 적용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부회장은 "상법이 개정되면 판례가 만들어질 때까지 여러 가지 혼란도 있을 수 있다"며 "결국 기업경영을 법원에 맡기게 돼 판사를 회장으로 모셔야 하겠다는 우스갯소리도 들리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정영준 심팩 CFO 또한 "주주와 회사의 이해가, 주주 간에 이해가 충돌할 경우 이사회는 어떤 방향으로 의사 결정을 해야 하나"며 "법적 리스크가 있는 상황에서 경영 활동이 방어적이고 현상 유지 위주로만 이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투자자 측은 주주 보호 장치가 부족한 국내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명한석 실행위원은 "노동자를 위한 노동법, 채권자를 위한 민법이 있듯이 상법에도 주주를 보호하는 명확한 규정이 필요하다"며 "주주 보호 장치의 부재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그는 2009년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 발행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례를 예로 들어 국내 상법이 주주 이익 보호에 소극적이라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2009년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저가로 발행해 경영권 승계를 도운 혐의로 기소된 고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에게 무죄를 최종 선고한 바 있다(2008도9436). 당시 대법원은 이사들의 회사에 대한 충실 의무를 강조하면서도 주주에 대한 직접적인 충실 의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토론에서는 젊은 투자자들의 냉담한 반응도 언급됐다. 소액주주 대표로 참석한 박광현 씨는 "MZ세대 투자자들은 이미 미국 시장이나 가상자산으로 눈을 돌렸다"며 "경영진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의 개혁으로는 이들을 다시 국내 시장으로 끌어올 수 없다"고 비판했다.
현재 상법 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민주당은 오는 30일 법사위 소위원회에서 관련 공청회를 개최한 뒤 이르면 내년 초 본회의에서 개정안을 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지현 법률신문 기자
※이 기사는 법률신문에서 제공받은 콘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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