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인의 의사 고려하지 않아"
현장 출동 시 여성 소방관을 차량 운전 업무에서 배제한 행위는 차별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진정인을 소방 차량 운전 업무에서 배제한 소방본부의 행위를 성차별로 판단했다고 23일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진정인은 여러 차례에 소방 차량 운전 업무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피진정인인 직속 팀장에게 요청했으나, 여자라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지난해 4월 2일엔 산불 지원을 위한 화학차 운전 업무에 화학차 운전 담당자인 진정인을 제외하고 남성 대원을 배치하기도 했다.
피진정인은 팀원들의 업무는 당사자의 의사를 수렴하되 업무 경력 등을 참고해 팀장이 결정하며 산불 출동에서 진정인을 제외한 것은 현장의 열악한 환경을 고려한 배려이자, 해당 업무를 숙련되게 수행할 인력으로 출동대를 편성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참고인 진술 등에서 피진정인이 여성이 운전하는 행위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한 것이 드러난 점, 다른 남성 대원을 배치한 행위가 팀장의 재량에 따른 판단이라고 할지라도 현장에서 대기하고 있던 진정인에게 출동 의사가 있는지, 해당 업무를 잘 수행할 수 있는지 등을 살피거나 고려한 정황이 보이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해 이같은 행위가 평등권 침해에 따른 차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인권위는 개인 차원이 아닌 조직 차원의 재발 방지 대책 마련과 간부 대상 성평등 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보호와 배려라는 명목으로 여성들을 특정 업무에 배치하지 않는 것은 성차별적 인식의 또 다른 단면이며 같은 현장에서 여성 소방관의 지휘 아래 산불 지원 업무를 완수하고 돌아온 다른 소방서의 사례를 보더라도 진정인이 여자라는 이유로 해당 업무를 수행하지 못할 합리적인 사유를 발견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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