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2024년 지배구조 현황 분석
사익편취 규제대상사에 54% 재직
하이트진로·금호석화·중흥건설·셀트리온 심해
대기업 집단의 총수일가가 계열사에서 이사회 구성원이 아닌 미등기 임원으로 재직하는 회사가 163곳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수일가 미등기 임원은 총수일가 지분율이 높은 사익편취 규제 대상 회사에 집중적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19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런 내용을 담은 '2024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 분석'을 발표했다. 올해 80개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 2899개 계열회사를 조사한 결과다.
총수일가가 이사회 구성원이 아닌 미등기 임원으로 재직하는 회사는 163개사(5.9%)로 비율이 전년(5.2%)보다 0.7%포인트 늘었다.
총수일가가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한 회사의 비율은 하이트진로가 63.6%(11개사 중 7개사)로 가장 높았다. 이어 금호석유화학, 중흥건설, 셀트리온, DB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미등기 임원으로 재직하는 총수는 평균 2.5개 회사에서 미등기 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총수 2·3세는 평균 1.7개였다.
총수일가의 미등기임원 겸직 수(1인당)는 중흥건설, 유진, 하이트진로·한화·효성·KG 순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총수 본인의 미등기임원 겸직 수는 중흥건설, 유진, CJ, 하이트진로, 한화 순으로 많았다.
총수일가가 미등기임원으로 재직 중인 회사의 절반 이상(54.1%)이 사익편취 규제 대상 회사였다. 총수일가가 등기임원으로서 책임을 부담하지 않고 미등기임원의 권한만 누리는 사례가 이어지는 것이다.
사익편취 규제 대상 회사는 총수일가 보유 지분율이 20% 이상인 회사와 그 회사가 지분을 50% 초과해 보유한 자회사를 일컫는데, 공정거래법은 이 같은 구조에서 일감 몰아주기 등 부당 내부거래가 일어나기 쉽다고 보고 별도로 규제하고 있다.
80개 대기업집단 344개 상장회사의 이사회 운영현황을 보면 사외이사 비중은 51.1%로 작년(51.5%)보다 소폭 줄었지만 과반을 유지하고 있었다. 사외이사의 이사회 참석률은 97.8%로 전년 대비 1.2%p 상승했다.
사외이사 비중은 한국항공우주산업·엠디엠, KT&G, 중흥건설 순으로 높고, 이랜드, 중앙·DN, 글로벌세아 순으로 낮았다.
감사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환경·사회적 책무·기업지배구조 개선(ESG) 위원회 등 대기업집단 내 의사결정의 객관성과 전문성 확보를 위해 도입된 위원회 설치는 지속해서 증가해 상법상 최소기준을 준수하고 있었다.
공정위는 "경영진(지배주주)의 의사결정에 대한 견제 장치가 안정적으로 구비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사회 안건 원안 가결률은 99.4%로 전년(99.3%)과 유사했다. 총수일가가 이사의 30% 이상 등재된 회사에서는 이사회 안건이 모두 원안가결됐다. 총수일가가 10% 미만으로 등재된 회사는 안건의 99.3%이 원안대로 통과됐다.
공정위는 "이사회의 내부 견제 기능이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환경조성과 시장감시가 중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수주주 의결권 행사 강화를 위해 도입된 주주총회 집중투표제·서면투표제·전자투표제를 하나라도 도입한 회사는 88.4%로 증가 추세를 이어갔다. 특히 전자투표제의 도입률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86.3%에 달했지만, 이 제도를 통한 의결권 행사 사례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단 1건이었다.
소수주주 이익 보호를 위해 상법으로 도입된 주주제안권(12건)·주주명부 열람청구권(6건)·회계장부 열람청구권(4건) 등은 총 32건 행사돼 전년보다 4건 감소했다.
세종=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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