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의결 이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가 출범하면서, 거부권 행사를 둘러싼 정치적 논란이 부상했다. 특히 야당이 처리한 6개 법안과 김건희 특검법, 내란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 여부가 주목받는 가운데, 한 대행은 취임 후 첫 중대 정치적 결단을 앞두고 있다.
거부권 행사 검토 대상인 6개 법안은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야당 주도로 처리되어 12월 6일 정부로 이송됐다. 이 법안들은 크게 세 분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값이 급격히 하락할 경우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둘째,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과 농어업재해보험법 등 농업 관련 법안들이 포함되어 있다. 셋째, 국회법과 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 등 국회 운영 관련 법안들이다.
정부는 특히 양곡관리법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농림부는 정부 재정 투입을 통한 쌀값 지지가 오히려 농업 경쟁력을 저하시키고 쌀 과잉 생산을 초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 대행도 이러한 정부의 기존 입장을 대체로 계승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4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통화에서 6개 법안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봤을 때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16일 중견기업의 날 기념식에서도 "헌법과 법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제도와 정책이 반드시 유지되고 이루어지도록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한 대행은 즉각적인 거부권 행사 대신 여야 간 대화와 타협을 모색하고 있다. 당초 17일 정례 국무회의에서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으나, 이를 19일 또는 20일로 미루며 추가적인 협의 시간을 확보했다. 김건희 특검법과 내란 특검법은 12일 국회를 통과했으나 아직 정부로 이송되지 않은 상태다. 이 법안들은 6개 민생법안과 달리 시간적 여유가 있다. 하지만, 정치적 파장은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중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6개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에 대해서는 한 대행에 대한 즉각적인 탄핵 추진을 유보하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는 잇단 탄핵 시도에 대한 국민적 피로감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김건희 특검법이나 내란 특검법에 대해서는 거부권 행사 시 탄핵 절차 돌입을 시사하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는 두 특검법이 가지는 정치적 상징성과 높은 국민적 관심도를 고려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6개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는 야당과의 협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는 더 큰 정치적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새로운 해결책 모색에 나서고 있다. 민생법안의 경우, 거부권 행사 후 여야 합의를 통한 수정·보완 입법이라는 대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는 과거 간호법 사례에서처럼 극적인 합의 도출을 통해 정치적 대립을 해소할 수 있다는 판단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와 달리 정치권의 거부권 남발이나 야당의 법안 강행 처리에 대해 국민은 더욱 냉철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는 정치권이 더 이상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는 국정을 운영할 수 없다는 것을 시사한다.
권한대행 체제의 첫 시험대가 될 이번 거부권 행사 문제는 향후 정국 운영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21일이라는 시한이 다가오는 가운데, 정부는 19일이나 20일경 임시 국무회의를 통해 6개 법안에 대한 최종 입장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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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권 행사 여부를 둘러싼 논란은 단순히 법안 처리 문제를 넘어, 탄핵 이후 한국 정치의 새로운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여야 협치를 통한 국정 안정이라는 시대적 과제 앞에서, 한 대행의 정치적 결단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정치권은 물론 국민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소종섭 정치사회 매니징에디터 kumkang21@asiae.co.kr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마예나 기자 sw93ye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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