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여세를 회피하기 위해 계열사 주식을 저가에 팔도록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12일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이날 대법원 2부(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특정경제범죄법 위반(배임) 혐의로 기소된 허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조상호 전 SPC그룹 총괄사장, 황재복 SPC 대표이사도 모두 무죄가 확정됐다.
허 회장 등은 증여세를 회피할 목적으로 2012년 12월 계열사 파리크라상과 샤니가 보유한 밀다원 주식을 삼립에 저가로 양도해 179억7000만원 상당의 이익을 취득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밀다원 주식을 255원에 삼립에 팔도록 지시했는데, 이는 취득가(3038원)나 직전 연도 평가액(1180원)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검찰은 이 같은 저가 매수로 파리크라상은 121억6000만원, 샤니는 58억1000만원의 손해를 입은 것으로 봤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허 회장 등이 증여세 회피를 목적으로 주식 거래를 지시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배임 혐의에 대한 고의는 (주식) 저가에 대한 인식을 전제로 하지만,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원칙적으로 양도 주식 가액을 결정한 피고인들의 행위는 배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검찰은 항소를 제기했지만 2심 재판부도 "주식 가액 평가방법 결정에 피고인들의 부당한 지시나 개입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대법원의 판단도 같았다. 대법원은 "원심의 무죄 판단에 특정경제범죄법 위반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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