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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계엄사태 수습 '시간'이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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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증시 9일간 34조원 증발
금리·신용스프레드 아직 괜찮아
악화되지 않게 빨리 안정화해야

[초동시각]계엄사태 수습 '시간'이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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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 사태 발생 후 9일째로 접어들고 있다. 그 사이 코스피지수 시가총액은 2010조원에서 1979조원으로 약 31조원, 코스닥은 337조원에서 334조원으로 3조원이 날아갔다. 국내 상장사 기업가치 34조원이 계엄 사태 이후 연기처럼 공중으로 사라졌다. 원·달러 환율도 1300원대 후반에서 1400원대 중반 수준으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환율 상승은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경제에 부담을 준다. 한국은행이 그간 물가상승률(인플레이션) 제어를 위해 싸워온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 있다. 국민의 노후생활 자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평가액이 2020년대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나라의 경제 체력을 반영하는 금리는 아직 변동성을 키우지 않았다는 점이다. 국고채 금리는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기조와 맞물리면서 2%대 중반 수준에서 크게 움직이지 않았다. 기업들의 신용리스크를 보여주는 회사채 신용 스프레드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인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무디스(Moodys), 피치(Fitch)는 정치 불안을 경고하면서도 일시적인 정치 리스크가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가 신용도를 반영하는 한국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급등하지 않고 +25bp 수준을 계속 유지했다.


군대가 국회를 점령하려고 한 비상계엄을 지켜본 심리적 충격에 비하면 그나마 금융시장이 이 정도 수준에서 그쳤으니 안심이라고 할 만 하겠다. 최근에는 외국인들이 단기 낙폭이 큰 우량 기업들을 매수하면서 국내 증시 유동성이 일부 회복되는 분위기다. 그만큼 국내외 투자자들이 한국 민주주의의 굳건함과 위기 상황에서의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신뢰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6시간이라는 최단시간에 시민들과 국회의 힘으로 계엄을 해제했고, 군과 장갑차를 시민들이 맨몸으로 막아서는 모습은 외신을 타며 과거 독재 시절로 돌아갈 수 없다는 우리 국민들의 강한 의지를 전 세계에 보여줬다.


현재 상황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불확실한 상황의 장기화다. 금세 회복력을 보일 것으로 보였던 상황이 정치권의 분열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면 일시적인 금융 충격은 실물로까지 번져 경제 충격파로 확산할 수 있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한국 주식과 채권 투자를 축소 조정하고 시장금리 상승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및 가계부채 문제는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시장 불안으로 금리가 오르면 경제 체력의 근간인 기업들의 자금 조달도 어려워진다. 내년 1분기에만 27조원의 회사채 만기가 도래하는데 자금 확보가 제대로 이뤄질지 걱정이다. 거시 안정성이 흔들리면 한국의 빠른 회복력을 기대했던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이 급기야 국가 신용등급 하향 조정을 단행할 수 있다. 수십년간 어렵게 쌓아올린 경제 금자탑이 스르르 무너져 내리는 상황을 목도해야 한다.



금융 및 거시경제 불안을 잠재우려면 정치적 불안을 조속히 안정화해야 한다. 비정상 상황을 정상화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비상계엄 사태로 치르는 총 경제적 비용을 결정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지불해야 하는 국민경제의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수 있다. 여당이나 야당이나 정치적 잇속을 계산하면서 시간을 끌어서는 곤란하다. 법과 절차대로 진행되는 정치 상황의 빠른 안정만이 크랙이 간 우리 경제의 회복탄력성을 복원하는 유일한 길이다. 시간이 많지 않다.




임정수 기자 agreme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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