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 수백명 친구 등록해도
진심어린 ‘좋은 관계’ 드물어
권력도 사라지면 사람들 떠나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에서 ‘관계’는 덜 중요한 것으로 취급받고 있다. 관계에 몰두하기보다는 능력과 돈에 집중하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려온다. “친구가 밥 먹여주지 않는다” “관계는 명예와 권력을 따라온다” “오랜 관계를 억지로 유지할 필요는 없다”는 말들이 이제는 상식처럼 여겨진다. 무엇보다 관계는 가성비가 좋지 않다. 관계에 쓰는 시간을 차라리 ‘갓생살기’를 위한 운동, 부업,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관리에 투자하는 것이 더 낫다고 여긴다. 재테크나 유튜브에 몰입하는 것이 더 좋다고 느끼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삶에서 진짜 이루어야 할 목표는 ‘좋은 관계’일 수 있다. ‘좋은 사람들과 의미 있고 다정한 관계를 맺으며 산다’는 것은 어쩌면 100억원을 벌기보다 더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부와 권력을 거머쥐었지만 외롭게 삶을 떠나는 경우도 많다. 권력이 사라지자 썰물처럼 주변 관계가 사라지는 정치인들을 우리는 매일같이 보고 있기도 하다. 평생 내가 생각하는 좋은 사람들을 만나 값진 관계를 이루고, 삶의 막바지에 그들과 작별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복 받은’ 인생일 것이다.
하지만 근래 사회에서 관계는 점점 더 가볍고 표면적이 되어가고 있다. SNS에 수백 명의 친구를 등록해도, 진심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은 손에 꼽는다. 많은 관계 속에서도 외로움을 느끼는 이유는 진정한 소통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관계의 깊이는 서로에게 솔직해질 때 생긴다. 내 안의 오랜 상처나 삶의 진정한 고민에 대해 나누기 시작할 때, 우리는 타인에게 나의 일부를 내어준다. 그렇게 서로 뒤섞이는 존재가 되며, 진정한 관계가 시작된다.
좋은 관계는 단순히 많은 사람을 만난다고 해서 이루어지지도 않는다. 아무나에게나 맞춰준다고 해서 진짜 관계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소수일지라도 서로의 진짜 모습을 조금씩 마주하기 시작할 때 형성되기 시작한다. 때론 상대가 나에게 맞춰주고, 때론 내가 상대를 이해하면서 나아갈 때, 그렇게 서로의 불완전함을 받아들일 때 우리는 관계로 진입한다.
진정한 관계를 위해서는 때로는 까다로움도 필요하다. 모든 사람과 잘 지내려 하면 나를 소진하는 관계에 휘둘리기 쉽다. 나를 이용하려는 사람,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정리해야 한다.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와 삶의 기준이 분명할수록, 그에 맞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곁에 남는다. 까다롭다는 것은 관계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소중한 사람들을 곁에 두기 위한 과정이다.
흔히 ‘사람을 가리면 안 된다’고들 말한다. 물론 사회관계는 두루두루 만드는 것이 유용할 때도 있지만 진정한 관계는 가리고 가려서 만들어진다. 서로를 진심으로 존중하며, 서로에게 배울 수 있고, 서로에게 의미 있는 관계를 찾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일단 그 좁은 문을 통과해서 누군가와 값진 관계를 맺기 시작하면, 그는 내게 진실로 소중한 존재가 될 수 있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 “내 곁에는 좋은 사람들이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후회하지 않을 인생일 것이다. 화려한 성공보다 나를 이해하고 지지해주는 사람들과의 관계야말로 삶을 의미 있게 만든다. 관계의 가성비를 따지는 시대에도, 진짜 관계를 찾는 일은 여전히 가치 있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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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우 문화평론가·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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