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화 이후 국민의힘 분위기 달라져
국민의힘 108명 부결 나서면 탄핵 불가능
野 "안 되면 될 때까지 탄핵 추진"
"임기를 포함해 앞으로의 정국 안정 방안은 우리 당에 일임하겠다"
윤석열 대통령의 긴급 담화 이후 정국 방향이 급변하고 있다. 윤 대통령 탄핵의 캐스팅보트를 줬던 친한(친한동훈)계 움직임이 심상치 않게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7일 윤 대통령의 긴급 대국민 담화 이후 국민의힘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국민의힘 중진의원들은 탄핵반대 목소리를 키우기 시작했다. 일단 탄핵은 막고 임기 단축 개헌 등의 논의로 국면을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현재 사태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며, "지금 대통령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건 비겁한 짓"이라고 말했다. 윤 의원은 "탄핵을 일단 부결시키고 단일대오로 임기 단축 개헌 등 나름대로 국정 쇄신 청사진을 당이 중심이 돼서 제시하겠다"고 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대통령의 담화와 관련해 "책임 있는 모습을 국민들께 보이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했다. 나 의원은 이에 앞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제 개헌논의를 비롯한 백가쟁명식 해법이 제시될 것"이라며 "잊지 말 것은 제왕적 대통령제뿐 아니라 비정상적 국회도 제동할 수 있는 논의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라고도 했다. 대통령 책임 외에도 야당 책임론을 거론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치권 전반에서는 앞서 7일 오후에 예정된 탄핵 표결에서는 부결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많았다. 이미 8년 전 탄핵 후유증을 떨쳐내지 못한 국민의힘이 탄핵에 집단적으로 반대할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탄핵은 재적의원 3분의 2인 200명 의원의 찬성이 필요한데, 국민의힘 의원은 108명으로 대통령 탄핵을 저지할 수 있는 의석을 보유한 탓이다.
다만 비상계엄 해제 과정에서 18명의 국민의힘 의원이 동참했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한 탓에 변화 가능성이 점쳐졌다.
하지만 "당에 일임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는 한 대표와 사전에 조율된 입장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한 대표는 탄핵 반대와 관련해 여당을 상대로 "당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논리 외에 국민을 설득할 논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탄핵 외의 해법을 국민들에게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방안을 찾는 것으로 풀이된다.
친한계 좌장 격인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도 당초 탄핵 찬성 입장에서 "한 대표의 뜻을 따르겠다"고 태도를 바꿨다. "조기 퇴진에 대한 로드맵을 빨리 짜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혀, 탄핵 이외의 방식으로 정국을 풀겠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또 다른 탄핵 찬성 의사를 밝혔던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어제 언론과 국민 앞에서 윤 대통령의 퇴진 일정과 거국중립내각 구성 계획을 요구했다"면서 "오늘 윤 대통령이 자신의 거취를 당에 일임한 만큼, 당은 표결 전까지 대통령 퇴진 일정과 거국중립내각 구성 여부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안 의원은 "표결 전까지 윤 대통령의 퇴진 일정이 수립되지 않는다면 국민의 뜻에 따르겠다는 저의 입장은 변함이 없음을 밝힌다"고 했다. 국민의힘이 퇴진 일정 등을 내놓지 않는다면 탄핵에 찬성표를 던지겠다는 것이다. 당을 압박하는 메시지로도 보이지만, 당이 대통령 퇴진 일정 등을 제시할 경우 탄핵 찬성 의사를 철회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야당은 탄핵을 추진하되, 부결되면 '될 때까지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부결될 경우 11일 개회하는 임시국회에서 즉각 재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일단 정기국회는 이달 10일까지로 법적으로 정해진 국회인데다 ' 부결된 안건은 같은 회기 중에 다시 발의하거나 제출할 수 없다'는 국회법 일사부재의에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박 원내대표는 "11일 임시국회가 시작되면 바로 발의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의결을 거치고 본회의에 상정하게 되면, 정말 빨리하면 3~4일 소요된다"고 말했다. 이에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될 때까지(한다)"며 "일주일 단위로 쪼개서 (추진)해야겠다"고 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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