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계 2번째 행성 '금성'에는 애초부터 바다가 형성된 적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수십억년 전에 금성에 바다가 존재했다는 과학계의 추정을 뒤집은 분석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진은 2일(현지시간) 금성 대기에 대한 정밀 조사 결과, 금성은 처음 생성된 46억년 전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바다를 품어본 적 없는 행성이라고 결론지었다. 금성 내부가 건조해 과거에도 바다가 존재할 만큼 물이 충분히 있지 않았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냈다. 이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천문학'에 실렸다.
일부 과학자들은 금성의 온도가 과거에는 지금보다 낮아 액체 상태의 바다가 존재했을 것으로 봤다. 금성은 '악마 쌍둥이'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지구와 크기 및 질량이 비슷하다. 금성은 반지름 95%·질량 81%·태양과의 거리 72%로 지구와 형제처럼 비슷한 조건을 가졌다. 이에 금성은 지구와 유사한 환경을 갖고 있어 생명체가 존재했을 가능성이 있었을 것이란 추측이다. 과학자들은 금성에서 온실 효과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현재처럼 생명체가 생존할 수 없는 환경이 갖춰졌다고 보고 있다.
연구진은 대기 분석을 통해 금성이 처음부터 지옥 같은 행성이었다고 밝혔다. 금성 표면 온도는 현재 463도다. 이산화탄소 대기가 만든 온실효과 때문이다. 우선 연구진은 과거에 바다가 있었는지 살폈다. 연구팀은 금성 대기가 현재처럼 안정적으로 유지되려면 대기에서 분해되는 화학물질들이 끊임없이 화산 분출 가스에 의해 보충돼야 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들은 금성의 현재 대기 화학에 대한 관측 데이터를 바탕으로 대기의 물, 이산화탄소, 황화카르보닐 분자 등이 파괴되는 속도를 계산하고, 이렇게 없어지는 물질들이 화산 분출 가스에 의해 복원되는 과정을 모형화했다.
대기의 성분을 분석기기로 들여다본 결과 금성 화산 가스 내에 함유된 수분 비율은 6%를 넘지 않았다. 대기에 녹아 있는 수분은 바다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지구의 화산 가스에서 수분 비율은 60~90% 수준이다. 수분 비율은 지구가 바다가 출렁이는 행성이 되는 요인이 됐다. 금성 화산 가스에서 발견되는 낮은 수분 비율(6%)로는 바다가 애초 만들어질 수 없다는 얘기다.
연구팀은 이 결과는 금성에 바다가 존재할 수 있는 조건이 과거에도 없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대기 중에 존재했던 물은 표면에 응축되지 않고 증기로 남아 있다가 우주로 빠져나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콘스탄티누 연구원은 "금성은 가장 가까운 행성이지만 생명체 존재 가능 영역의 가장자리에서 지구와 매우 다르게 진화한 행성으로 외계행성 연구에 중요하다"며 "금성이 생명체가 있을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면 현재 발견되는 금성과 유사한 외계행성에도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은 작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2029년 금성 대기를 뚫고 지표면까지 하강하는 소형 탐사선을 발사할 예정이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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