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턴 설치한 엔지니어들 명단 적혀
"자기가 하는 일 알리고 싶었던 것"
지금으로부터 약 200년 전 세워진 영국 스코틀랜드의 한 낡은 등대 안에서 병에 담긴 '쪽지'가 발견됐다. 등대 구조물 점검 과정 중 발견된 이 쪽지는 무려 132년 전에 쓰인 것으로 판명됐다.
영국 공영 BBC 방송, 미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해당 쪽지는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스코틀랜드 코스월 등대 안에서 발견됐다.
코스월 등대는 1817년 로버트 스티븐슨이라는 영국인 엔지니어가 설계한 등대로, 당시 거칠고 어두운 바다로 악명 높았던 스코틀랜드 해안가를 안전하게 만들어 영국의 해양 국가화에 이바지한 인물이다.
2세기 넘게 배와 관광객들을 향해 환한 빛을 비추고 있는 이 등대는 현재 영국의 '북부 등대 위원회'에서 관리하고 있다. 해당 위원회 소속 엔지니어 로스 러셀은 최근 등대의 구조물에 이상이 없는지 조사하던 중, 벽 안쪽에 숨겨진 유리병을 발견했다. 유리병 안에는 쪽지가 들어있었다.
러셀의 팀은 밧줄과 빗자루를 이용해 숨겨진 통로에서 유리병을 꺼냈다. 이후 등대지기와 함께 병을 개봉한 뒤 메시지를 꺼냈다. 분석 결과 이 쪽지는 무려 132년 전에 쓰인 것으로 드러났다. 등대지기인 배리 밀러는 NYT에 "만약 이 쪽지가 보물 지도라면 우리 모두 입을 영원히 다물겠다고 맹세했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쪽지의 정체는 1892년 등대 꼭대기에 새 등대를 설치한 엔지니어와 등대지기의 명단이었다. 해당 목록을 읽은 밀러는 "정말 신나는 일이었다. 1세기 전 과거의 동료들을 만난 것"이라며 "마치 우리 팀의 일원인 것만 같았다. 그들은 (쪽지 안에) 자기가 한 모든 일을 공유했다"고 전했다.
메모에는 "이 랜턴은 에든버러 밀튼 공방의 제임스 밀른 앤 선 엔지니어 사 소속 제임스 웰스 엔지니어, 존 웨스트우드 밀라이트, 제임스 브로디 엔지니어, 근로자 데이비드 스콧에 의해 5월부터 9월까지 세워졌고 1892년 9월15일 목요일 밤에 다시 가동됐다"라고 적혀 있었다. 또 등대의 관리인과 그 조수들, 등대를 이루는 렌즈 및 기계장치의 납품 업체까지 소상히 적혀 있었다.
러셀은 "당시 엔지니어들은 자기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알리고 싶었던 것"이라며 "그래서 병을 등대에 숨겨 놓고 아주 오랜 시간 보존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쪽지는 다시 유리병에 밀봉돼 원래 있던 자리로 되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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