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2일(현지시간) 고대역폭메모리(HBM) 및 첨단 반도체 장비에 대한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한 가운데 한국 정부는 향후 미국 규정이 허용하는 수출방식으로 전환함으로써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장비의 수출 통제가 국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은 내년 1월부터 특정 사양(메모리 대역폭 밀도 2GB/s/㎟ 초과)의 동적 램(RAM) 반도체를 수출 통제 대상 품목으로 새롭게 추가했다.
미국 발표에 따르면 현재 생산중인 모든 HBM이 통제 대상에 해당한다. 해당하는 제품을 미국이 지정한 무기금수국(중국 포함 24개 국가)으로 수출하기 위해서는 미국 상무부의 허가가 필요하다. 다만, 로직칩 등과 함께 패키징 된 후의 HBM은 통제되지 않는다. HBM2는 일정 조건을 만족하는 경우 허가 예외 신청이 가능하다.
미국은 또한 내년 1월부터 현재 통제되고 있는 29종의 첨단 반도체 장비에 더해 열처리·계측장비 등 새로운 반도체 장비 24종 및 이와 관련된 소프트웨어 3종 등을 수출통제 대상 품목으로 새롭게 추가했다. 현재는 첨단 로직·메모리 반도체 제조에 사용되는 노광, 식각, 증착, 세정 장비 등에 대해서 수출을 통제하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은 이날부터 국가안보 사유로 중국 소재 첨단 반도체 제조시설(Fab) 및 반도체 장비 제조기업 등 140개 기업·기관을 우려 거래자 목록에 추가했다.
또 미국은 이날 반도체 장비에 한해 '해외직접생산품규칙(Foreign Direct Product Rule, FDPR) 면제국을 지정했다. 미국은 일본, 네덜란드 등 미국과 동등한 수준의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를 이미 시행하고 있거나 반도체 장비와 관련이 낮은 33개국을 FDPR 면제국으로 지정했다. 면제국이라도 실제 통제 효과는 유사하다. 우리나라는 아직 미국 수준의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를 시행하지 않아 면제국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번 미국의 HBM 및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 조치에는 '해외직접생산품규칙'이 적용된다. 이에 따라 미국 외의 제3국에서 생산된 HBM 및 반도체 장비라도 특정 요건에 해당한다면 미국산 제품으로 간주돼 통제 대상이 된다. 이 경우 해당 제품을 미국의 안보 우려국 또는 우려 거래자로 수출하기 위해서는 미국 상무부 허가가 필요하다.
이와 관련 산업부 관계자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상당수가 제품 설계·제조를 위해 미국이 통제하고 있는 미국산 기술·소프트웨어·주요 장비를 사용하고 있으므로 FDPR이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HBM을 생산하는 우리 기업에도 다소 영향이 있을 수 있으나, 향후 미국 규정이 허용하는 수출방식으로 전환함으로써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산업부는 또한 반도체 장비의 경우 통제 대상이 미국의 국가안보 관점에서 중요성이 큰 첨단 수준 반도체 장비로 설정돼 있고 이와 관련된 국내 기업은 소수인 것으로 파악돼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이번 조치로 통제되는 품목 수출 건에 대한 허가 신청 시 기본적으로 '거부 추정(presumption of denial)' 원칙을 적용할 예정이나, 기존에 VEU(Validated End-User) 승인을 획득한 중국 내 우리 기업에 대해서는 이번 조치와 관계없이 수출이 가능하다.
산업부는 "이번 조치는 미국이 국가안보적 관점에서 독자적으로 시행하는 조치이나 한미동맹과 우리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양국간 긴밀히 협의해왔다"며 "정부는 우리 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우리 업계와도 지속적으로 소통해가며 의견을 수렴했으며, 한국과 미국 정부 모두 이번 조치의 영향에 대해서 예의 주시하고 양국 기업이 예상치 못한 피해를 보지 않도록 노력하기로 협의했다"고ㅑ 밝혔다.
한편, 산업부는 4일 반도체 장비 업계와의 간담회 개최를 통해 이번 미국 조치의 상세 내용을 공유하고, 한국반도체산업협회(KSIA)와 무역안보관리원(KOSTI)에 수출통제 상담창구도 개설하여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향후 중국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수출통제 제도 설명회 개최, 가이드라인 배포 등을 통해 업계를 적극 지원하고 조속한 시일 내 미국 정부와 우리 기업 애로사항 등을 집중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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