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적극적 해석 통해 가상자산이용자 보호
코인 피싱 등 피해자 보호 기대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의 취지와 내용 등을 고려하면, 2조2호 단서의 제외사항은 보이스피싱이 아닌 온라인상의 재화나 용역에 관한 일반적인 거래를 규율 대상에서 배제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하는 게 타당하다."(2024년 10월25일 대법원)
그간 코인 사기 피해자들과 법조계 등에선 통신사기피해환급법 2조2호의 단서에 "사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개정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이어졌다.
코인 사기를 인지한 즉시 관련 계좌에서 출금을 정지해야 피해 규모를 줄일 수 있지만, 법 조문에서 전기통신금융사기를 제한적으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이 경우 보이스피싱이 아닌 코인 리딩방, 코인 프라이빗 세일 등 사기 행위는 재화 공급 또는 용역 제공을 가장한 행위에 해당해 계좌 출금정지 대상이 아니라는 해석으로 이어져 코인 사기의 경우 돈이 인출되는 것을 막기 어려웠다.
가짜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앞세운 거래소 사기 범죄에 대해 법원이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을 적용한 것은 이같이 법을 소극적으로 해석할 경우 본래 입법 취지를 살릴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은 입법 목적을 전기통신금융사기를 예방하고 피해자의 재산상 피해를 신속하게 회복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피해금 환급을 위해 사기에 쓰인 계좌의 채권소멸 및 피해금 환급 절차 등 내용도 담고 있다.
1심 판단을 뒤집은 2심 재판부도 과거 대법원 판례를 인용해 "형벌 법규는 문언에 따라 엄격하게 해석 적용해야 하고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을 해선 안 된다"면서도 "문언이 갖는 가능한 의미의 범위 안에서 규정의 입법 취지와 목적 등을 고려해 그 논리적 의미를 분명히 밝히는 체계적 해석을 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의 대법원 재판부도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은 일반적인 소송절차로는 ‘보이스피싱’ 피해자의 구제가 어렵다는 인식을 기반으로 마련됐다. 신속한 배상을 위해 ▲계좌 지급정지 ▲채권소멸 ▲피해금 환급 등 특별한 구제·보호제도를 둔다"며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의 취지와 내용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대법원 판례는 코인 사기 피해자들도 '지급정지'를 요청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동안 보이스피싱 피해자의 계좌에서 돈이 출금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으나, 코인 사기는 해당 사항이 없었다. 법 조문에서 '전기통신금융사기'를 제한적으로 규정해 코인 리딩방 등 사기를 저지를 경우 '용역 제공을 가장한 행위'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상준 법무법인 대건 변호사는 "대법원 판례를 보면 실거래 없는 HTS 거래소 사기에서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이 적용되는 전기통신사기라고 보았고, 이 판례의 취지라면 먹튀거래소 등 피싱사이트에서 공모주, 코인 등을 전제로 투자금을 편취해도 지급정지가 가능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입법이 해결하지 못한 부분을 재판부가 해석으로 공백을 메워준 매우 중요한 판례라고 강조했다.
금융투자업계는 사법적 판단으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이전에 코인 사기 행태에 대해 기존 법을 확대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에서 사기적 행태 등에 대한 내용이 제정되기 이전에는 소급 적용이 불가능하지만, 대법원이 기존 법을 적극적으로 해석하면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와 관련해 사법적 개입을 높였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대법원 판례를 얼마나 확대 적용할 수 있을지 두고 봐야겠지만, 검찰에서 난항을 겪고 있는 테라·루나 사태 등 코인 사기 행태에 적용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매우 반가운 소식"이라고 설명했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황윤주 기자 h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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