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호무역기조 한국 경제에 부정적
AI 등 첨단산업 중국과 경쟁 부담 커져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되고 주요국이 이에 대한 대응에 나서 세계 무역갈등이 격화할 경우 우리 경제성장률도 부정적인 영향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트럼프 관세전쟁 우리 성장률 깎을듯
한은은 28일 '11월 경제전망'에서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 강화와 이에 대한 중국 등 주요국의 대응으로 글로벌 무역갈등이 격화될 경우, 글로벌 교역이 급격히 위축되고 무역정책불확실성이 증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만약 이같은 시나리오가 현실화된다면 내년 우리 경제성장률도 기존 예상치 대비 0.2%포인트 하락하고, 물가상승률도 0.1%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한은은 추정했다.
무역갈등 시나리오는 내년보다 내후년 우리경제에 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관측됐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무역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시기가 내년이 아닌 내후년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한은 시나리오에 따르면 격화된 무역갈등 하에서 2026년 우리 경제성장률은 -0.4%포인트까지 영향을 받고, 물가상승률은 -0.2%포인트 영향을 받는다.
다만 이같은 시나리오의 현실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도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실제로 보편관세 10%를 모든 나라에 부과할지 여부도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박세준 한은 국제종합팀장은 "실제로 보편 관세 10%를 부과한다면 미국의 물가와 성장에도 큰 부담이 된다"며 "중국에 대한 관세와 다르게 보편관세는 국가별 협상 여지도 있는 만큼 공약 그대로 이행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내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9%, 내후년은 1.8%를 제시한 뒤 장기 저성장 우려가 나오는 것과 관련해서는 내년에 실제로 벌어질 상황에 따라서 전망이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간담회에서 "오늘 발표한 전망치는 현재 상황에서 가능한 정보를 취합해 가정한 것이기 때문에 실제 트럼프 관세 정책의 시행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내년 2월 전망에서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과의 경쟁 탓에 수출 증가세 둔화 가능성
한은은 또한 우리나라의 수출 증가세가 중국과의 경쟁, 미국 보호무역 탓에 약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은 "향후 우리 수출은 글로벌 AI(인공지능) 투자가 이어지면서 증가할 것"이라면서도 "중국의 자급률·기술경쟁력 제고와 시장점유율 확대,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로 증가세는 둔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반도체 산업이 AI 관련 투자 확대 영향으로 고성능 제품(HBM 등) 위주로 빠르게 재편되면서 한국의 반도체 수출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AI 기능을 탑재한 PC(개인용 컴퓨터)·스마트폰 등 IT(정보기술) 기기가 확산하면 한국 반도체 수출에 상방 압력이 나타날 수 있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한은은 특히 중국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것을 우려했다. 한은은 "중국은 우리의 주력 수출 품목이자 전통적 중간재인 철강, 정유, 화학 등에서 이미 세계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반도체와 '신3양'(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산업)을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박재현 기자 n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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