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 징계 없이 사직 처리 부당
회사 내 성폭력 사건에 대해 적절히 조치하지 않은 대한항공이 피해자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14일 A씨가 대한항공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한항공에서 근무하던 A씨는 지난 2017년 7월 탑승 수속 과정에서 발생한 보안사고와 관련해 상사인 B씨에게 보고하러 갔다가 성폭행 피해를 당했다.
A씨는 이같은 사실을 회사에 알리고 B씨에 대한 조사와 징계를 요청했지만, 대한항공은 별도의 징계 절차 없이 B씨를 사직 처리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이에 A씨는 "강간미수 사건은 사무집행과 관련해 이뤄진 것이므로, 회사에 배상 책임이 있다"는 취지로 대한항공을 상대로 1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1심은 A씨가 받아야 하는 손해배상액은 5000만원으로, 이 중 대한항공이 15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사전에 B씨가 지급한 3500만원을 뺀 것이다.
다만 B씨를 징계절차에 회부하지 않고 사직처리한 것을 두고는 위법성이 없다고 봤다. 그러나 2심은 "피고로서는 A씨에 대해 성폭력 행위를 저지른 B씨를 상벌위원회에 회부해 징계 처분을 받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그럼에도 징계절차를 생략하고 B씨로부터 사직서를 제출받아 임의사직으로 처리했으므로, 필요한 조치를 다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위자료 300만원을 추가 지급해야 한다고 보고, 배상액을 1800만원으로 늘렸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직장 내 성희롱 가해자에 대한 무징계 사직 처리 및 피해자에 대한 의견청취의무 이행, 불법행위의 주관적 성립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판단을 누락한 잘못이 없다"며 대한항공 측의 상고를 기각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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