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교부금' 4조가량 감축에
현금성 복지 지출 관리 시행령 개정
"소멸 지역 재정 악화" 우려도
정부가 올해 세수 결손을 메우기 위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축소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각 시·도교육청을 대상으로 현금성 지출을 줄이기 위한 시행령 개정에 나섰다. 하지만 일부 교육청들은 교부금 축소, 지출 구조조정으로 인한 타격이 상당할 것이라는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시행령 개정으로 지역 간 재정 편차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교부금 4조대 감축, '현금성 지출' 관리
교육부는 29일 국무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모든 학생이 전국 어디서나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내국세 등을 통해 확보된 재원을 시·도교육청에 교부하는 제도다. 올해 본예산 기준 68조9000억원 규모가 편성됐으나 정부는 28일 발표한 '2024년 세수 재추계에 따른 재정 대응 방안'에 따라 4조3000억원가량 줄어든 64조6000억원을 교부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시·도교육청을 대상으로 지출 효율화에 나선다. 우선 현금성 복지지출을 축소하기 위해 패널티 항목을 신설한다. 시행령 안에 '재정집행 효율화 지원' 항목에 '자체 사회보장적 수혜금 지출 비율' 항목을 추가해 정부가 교육청이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현금성 복지비를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 시설 사업에 대해서 실제 집행 가능한 여력을 고려해 교육교부금을 배분한다.
반면 정부가 추진하는 신규 정책 분야에 대해선 교부금 지원을 확대한다. 늘봄학교(약 3000억원), 교원역수 및 교원역량개발(5300억원), 기초학력 지원체계 구축(3500억원), 평생교육시설 비용 보조(860억원)를 비롯해 AI(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 등 신규 사업에 대한 지원을 늘린다.
현장 교육청 "기금 곧 소진될 것"
하지만 교육교부금 감축을 두고 각 시·도교육청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A지역 교육청 관계자는 30일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이번 감축으로 기존 예산 대비 2045억원가량 감축됐다"며 "아마 전국에서 가장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다른 시도는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을 사용한다고 하는데, 우리 지역 교육청은 기금 사용 한도를 다 채워 더 이상 기금을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일부 사업 조정을 하고 감추경(예산을 줄이는 추경)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B지역 교육청 관계자는 "(교부금 감축으로)남은 기금 2800억원 정도를 활용해야 할 것 같다"며 "하지만 올해 추경에 포함하고, 내년 본예산 등 이후에도 활용하게 되면 금방 소진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C지역 교육청 관계자도 "기금을 사용할 수 있는 교육청에선 기금을 활용하고, 우리처럼 기금을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하는 곳은 기존 세출 예산을 절감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의 시행령 개정에 대해선 "단순히 전달을 받은 것이지, 정책 결정을 할 때 시·도교육청의 동의를 얻고 진행하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D지역 교육청 관계자는 "현금성 지출이 별로 많지 않아 시행령 개정으로 인한 큰 타격은 없다"라면서 "오히려 일몰 위기인 담배소비세분 지방교육세, 고교 무상교육비에 대한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출 구조조정에 "AI교과서 정책 유인책?"
시행령 개정에 대해 교육계 일각에서는 지역별 재정 편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이번 시행령 개정에 따르면 교부금 교부 항목에 '늘봄학교 및 방과후 학교 사업비', '교원 연수 운영, 지원', '기초 학력 보장 지원' 등 항목이 신설된다. 세부 기준으로는 각각 학급 수, 학생 수, 교원 수, 교원 수 등이 포함된다.
이에 김범주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교육학 박사)은 "교육재정학자들 사이에서 교부금 배분 기준으로 학생 수를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논의가 오래 있어 왔다"며 "이렇게 되면 소멸지역의 재정은 역으로 악화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 "디지털 교과서의 경우 각 학교에서 교과서 선정을 많이 할수록, 즉 학생 수가 많은 지역일수록 교부금 액수가 더 늘어나게 된다"며 "사실상 (교육부가) 정책 실행을 좀 더 잘하기 위한 유인책으로 쓰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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